[줌인]'카톡 10년' 김범수, 인재·투자 발판 '슈퍼앱' 꿈꾼다

by한광범 기자
2020.03.02 16:58:12

스타트업 '카카오', 카톡 성공 힘입어 대기업 성장
'다음 합병'·'공격적 인수'·'내실 다지기' 성공 가도
성장단계별 적재적소 인재 배치 '신의 한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B2B 확장 핵심 열쇠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톡’이 오는 18일로 출시 10년을 맞이한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이던 2010년 ‘모바일 기반 메신저’로 시장에 나와 당시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PC 기반의 메신저 플랫폼 강자들을 따돌리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자산규모 10조원을 돌파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슈퍼앱’ 진화를 꿈꾸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카카오가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중심엔 설립자이자 총수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있다. 2006년 12월 ‘아이위랩’을 설립한 김 의장은 카카오톡 출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등을 주도하는 것을 넘어, 카카오의 로드맵에 맞는 적재적소의 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아이위랩은 2010년 3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당시는 국내에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2009년말부터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해 ‘국민 메신저’로 등극했다. 아이위랩은 2010년 9월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여전히 규모나 조직 면에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김 의장이 여기서 선택한 것은 인터넷 2위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이었다. 다음은 당시 2위 인터넷 기업이었지만,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점점 경쟁력을 잃던 상황이었다. 카카오는 조직과 인력이 필요했고, 다음은 미래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외형상으론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거나 마찬가지였다.

2위 인터넷기업 총수가 된 김 의장은 빠르게 카카오의 외형 성장에 주력했다. 김 의장은 합병 이듬해인 2015년 9월, 당시 35세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새 카카오 CEO로 앉혔다. 카카오벤처스는 김 의장이 2012년 설립한 초기 벤처 투자 전문기업이다. 임 전 대표는 네이버와 보스턴컨설팅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을 거친 IT 투자 전문가였다.

임 전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공격적 투자로 외형을 성장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 플랫폼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다. 카카오는 2016년 1월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 카카오 매출 9321억원의 2배에 달했다. 당시 고가 인수 논란이 거셌지만, 결과적으로 로엔 인수는 카카오의 콘텐츠 기반을 구축하고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카카오는 이 시기 사내기업(CIC)을 분사하고 여기에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카카오페이 분사 이후 알리페이 운영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 달러를 유치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외부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은 후 분사했다. 이런 식의 외형 확장을 통해 임 전 대표 사임 직전인 2018년 3월 계열사는 62개사까지 증가했고, 2017년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다.

이 같은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내실 측면에선 박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 부문의 실적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범수 의장은 2년6개월 만인 2018년 3월 새로운 CEO를 앉혔다. 과거 네이버(구 NHN)에서 인연이 있는 여민수·조수용 당시 부사장이 그들이었다.

각각 광고와 디자인 전문가인 두 사람은 카카오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광고·디자인 부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갔다. 두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카카오는 지난해 사상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크게 늘려 2000억원을 넘었다. 내실 다지기까지 성공한 것이다. 향후 전망도 밝다.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라는 카카오톡 대화목록탭 광고를 새로 개발해 광고 부문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올해 톡보드가 포함된 카카오톡 광고 부문 매출 목표만 1조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신산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톡 출시 이후 지금까지의 10년이 카카오의 ‘시즌1’이라면 향후 10년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시즌2’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와 데이터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AI랩이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그동안 누적한 AI 기술과 데이터를 발판 삼아 기업형 IT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서비스형플랫폼(PaaS),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뿐 아니라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B2C에 주력해온 카카오의 B2B 분야 개척에 선봉장에 서게 될 전망이다. 김 의장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앞으로 AI, 데이터 등을 실제 산업에 적용해 카카오의 비즈니스 외연을 넓히고 회사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