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장 낸 구미, "반인반신" 박정희 흔적 지울까
by장영락 기자
2018.06.14 16:54:51
900억원짜리 기념관 등 각종 '박정희 기념' 정책
초등학교 이름에도 '정수'
'첫 민주당계' 민선시장, 변화 예고
| 지난해 11월 남유진 당시 구미시장이 구미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산업화 주역인사 초청강연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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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면서, 구미 곳곳에 남아있는 ‘박정희’의 흔적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일 치러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 후보로 출마해 40.8%의 득표율로 38.7%를 얻은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장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 경북 지방자지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물론, 1995년 민선 도입 이후 최초로 민주당계 구미시장이 되는 기록을 썼다.
구미는 유신헌법 개정 등의 만행으로 18년이나 독재를 한 박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다른 대구·경북 지역과 마찬가지로 70년대 이후 줄곧 보수정당 강세가 지속돼 온 곳이다. 특히 200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이곳에서 3선 시장을 지낸 남유진 전 시장은 “박정희는 반인반신” 등 박 전 대통령 찬양 발언으로 유명하다.
실제 남 전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구미는 국·지방비 907억원을 들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하 새마을공원)을 지어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마저도 교육·전시 프로그램 준비가 안 돼 현재까지 개관도 못하고 있다. 테마공원 옆에는 올해 말 예산 200억원이 들어간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때문에 남 전 시장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시민 돈으로 박정희 우상화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임기 내내 받아왔다.
‘박정희’의 흔적은 각종 시설물에도 남아있다. 시는 2001년 개관한 구미실내체육관의 이름을 1년 만에 조례를 개정해 ‘박정희체육관’으로 바꿨다. 시민 세금으로 건설된 시설에 멀쩡한 이름을 없애고 정치적 평가가 극히 갈리는 인물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밖에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상모동 소재 시립도서관의 이름은 정수장학회의 정수(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와 같은 방식으로 이름을 딴 ‘구미상모정수도서관’이다. 2005년 개교한 정수초등학교 역시 박정희 일가와는 관계없는 공립초등학교다.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일대의 도로주소명은 아예 ‘박정희로’다.
신임 장세용 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이같은 ‘박정희 브랜드화’ 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장 당선인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역사적인 인물, 역사 속의 인물로 모시는 것이 필요하지 자꾸만 호출해서 현재의 권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또 ‘박정희 기념 사업’에 대해서도 “기존에 만들어진 것도 이미 상당히 부담을 주고 있다. 연 60억 정도가 부담 되고 있는데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해 향후 사업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