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흑자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의 마술인가 vs 분식인가
by최정희 기자
2018.05.02 17:02:56
바이오에피스 왜 종속사서 관계사로 바꿨나
만년 적자 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는 5조원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으로 번지나..엘리엇 ISD소송까지 맞물려
|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오른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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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적자였던 기업을 단박에 흑자로 전환시켜준 회계의 마술이 ‘분식회계’였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측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달중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를 통해 삼성바이오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때까지 금감원과 삼성바이오간 분식회계를 둘러산 첨예한 논리 대결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측은 제재 결과가 나온 후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의 최대 근거가 제일모직이 46%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가치가 높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특히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까지 국민연금의 합병 부당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소송’에 돌입하면서 방정식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 엘리엇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ISD 소송의 쟁점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관여해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내용으로 이번 감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91.2%) 평가방식을 2015년 왜 갑자기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꿨느냐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될 경우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에서 공정시장가로 변경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의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가 2015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49.9%까지 주식 취득 권리)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회계법인의 의견을 따라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엔브렐 시밀러는 그 해 10월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은 후 2016년 1월 유럽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투자해 설립했는데 당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었다. 특히 2015년 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으로 바이오젠은 그 해 하반기 콜옵션 행사에 대한 ‘레터(Letter)’를 삼성바이오측에 보냈을 정도로 콜옵션 의지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나스닥 상장이 무산되면서 이 레터는 무의미해졌다.
어쨌든 이런 회계처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2900억원에서 무려 4조8800억원대로 17배 가량 껑충 뛰었다. 삼성바이오에 4조5000억원대의 지분평가이익이 발생한 것. 이런 회계처리가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는 2015년 순이익이 2100억원 적자에 불과했을 텐데 회계처리 변경으로 1조9000억원대 흑자를 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참여연대 등에선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은 2012년에 이뤄졌고 그 뒤로도 계속 종속회사로 분류하다 2015년에 갑자기 관계사로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종속사인지 관계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배력에 대한 기준이 되는 ‘구(舊)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선 잠재적 의결권이 지배력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콜옵션에 대한 경영진의 의도와 재무능력은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 같은 가능성만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시기도 3년여가 더 지난 올 4월이었다. 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1조8200억원 가량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하고 있으나 정작 바이오젠은 콜옵션의 가치를 ‘0’으로 평가한다. 다만 삼성바이오측은 바이오젠의 회계처리는 콜옵션을 회계상 인식하지 않은 미국 회계처리 방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전부를 행사해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다고 해도 나머지 ‘50%+1주’는 여전히 삼성바이오가 갖는다. 절반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회사를 종속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전부 행사하더라도 삼성바이오가 ‘50%+1주’를 갖게 되지만, 주요 의사 결정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며 “이사회가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동수로 바뀌게 돼 경영권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측이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부풀렸단 의혹도 제기된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부터 작년말까지 내내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런 기업의 지분가치가 5조원대에 이른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의 91.2% 지분이 2015년말 4조8800억원대에 이르렀단 것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5조3000억원대에 달한단 뜻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외부 평가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 및 현금흐름 전망에서 성공 가능성을 감안해 5조2726억원으로 평가했다”며 “상장주관사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를 3조4150억원이라고 평가한 것에 비해 과대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가치가 5조2000억원대에 달하기 위해선 통상 5년간 미래 추정 영업이익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바이오에피스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 역시 미래 이익이 흑자를 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단 점이다. 2015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예상 연평균 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되는 이월결손금에 미달해 이연법인세 자산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술했다. 즉, 이월결손금은 향후 10년간 이익이 날 경우 이를 상계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데 결손금을 상계할 만큼 이익을 내기 어렵단 얘기다. 작년 감사보고서에서도 “세무상 결손금 또는 세액공제가 사용될 수 있는 충분한 미래 과세소득을 신뢰성 있게 측정하기 어려워 미래 법인세 차감효과를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년말 인식하지 않은 이연법인세자산이 무려 2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로선 향후 10년내 세금을 낼 만큼 이익을 내기 어렵단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