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사면 통보, 모금강요, 특혜 취업 모두 朴지시"

by전재욱 기자
2017.01.16 21:00:00

"朴 지시로 최태원 특사 SK에 미리 알려"
"미르재단 출연금 현대차 30억원 기준 제시"
"모금은 전경련이 하고, 청와대 주도 아닌 걸로"
최순실 측근 이동수·신혜성 KT취업도 지시

[이데일리 전재욱 고준혁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16일 대통령 탄핵법정에 나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기억에 기초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작성한 수첩을 바탕으로 한 ‘근거 있는 증언’이 주를 이뤄서 주목된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5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서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면 사실을 미리 알려주라고 해서, 공식 발표 전에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에게 얘기했는지’에 대한 국회 측 질의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 전 수석은 2015년 8월 무렵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최태원 회장의 사면 관련 면담을 신청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박 대통령의 지시로 미리 사면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2015년 8월13일 ‘하늘같은 은혜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살리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튿날 최태원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했다.



이와 함께 안 전 수석은 미르 재단 출연금 관련해서 “박 대통령이 현대차 30억 원이고, 다른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간담회에서 재벌 회장을 단독 면담하고 전경련을 통한 미르 재단 대기업 출연금 할당액으로 기준을 제시해서 수첩에 적었다고 했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출연 의혹이 불거진 뒤에 “박 대통령이 정확하게 얘기는 안 했지만, 모금은 전경련이 주도했고 인사는 어디서 추천했다는 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12일 자신이 적은 미르 재단 관련한 메모 가운데 ‘모금은 청와대가 한 것이 아니고, 인사도 청와대가 추천한 것에 불과하고, 청와대는 사업 주도가 아닌 협조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에 대한 증언이다.

그러면서 “작년 4월쯤 박 대통령에게 롯데가 70억 원을 낸 것이 부담된다고 건의했다”며 “이후 박 대통령이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 ‘반환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하고서, 지난해 5월 K스포츠 재단의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냈다. 다음 달 K스포츠 재단은 롯데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날 70억 원을 롯데에 돌려줬다. 압수수색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반환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밖에 대기업에 최순실씨 측근을 입사시킨 정황을 확인하는 증언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이동수를 KT에 추천하라고 해서 황창규 KT 회장에게 전화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신혜성을 KT에 취직시켜 이동수 밑에 두면 좋을 것 같다고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황 회장에게 전화해서 이들을 추천한 뒤에 이를 다시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이씨와 신씨는 최씨의 측근으로서 KT에 입사한 뒤 플레이그라운드(최순실 설립 광고대행사)에 68억 원의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