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에 울려퍼진 힙합..성공회대의 이색입학식 '토크콘서트'
by고준혁 기자
2016.02.23 19:38:33
|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성공회대 입학식에서 ‘내가 아는 성공회대’란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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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고준혁 기자] “세이 호오(Say ho)~” “호오” “세이 호호호~” “호호호”
콘서트장이 아닌 성당에 난데없이 랩이 울려퍼졌다. 관객들은 가수의 랩에 어깨를 들썩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대학 새내기들의 재기발랄한 목소리가 경건한 미사가 열려야 할 성당의 정적을 깼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2016학년도 성공회대 입학식이 열린 이날 신자 대신 신입생 500여명과 가족 등 700여명이 성당 안을 가득 메웠다.
여느 입학식과 다름 없는 학사 일정 안내 등 1부 시간에 이어 2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대학 졸업생들의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박 시장은 ‘내가 아는 성공회대’란 주제로 새내기 특강을 진행했다. 한때 성공회대 겸임교수 맡기도 했던 박 시장은 “성공회대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취직 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비전과 방향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재학 기간 공부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여행도 많이 하고 연애도 한번은 꼭 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라”는 성공회대 졸업생들의 당부에 이은 입학식 하이라이트는 이 대학을 졸업한 래퍼 ‘루피(신방 03)&화나(신방 04)’의 공연이었다. 루피와 화나의 랩 뮤직과 새내기들의 환호로 성당은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영어과 새내기 김모(20·여)씨는 “평소 화나의 팬이어서 이번 토크콘서트에 기대가 컸다”며 “입학식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었다”며 만족해했다.
|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성공회대 졸업생 ‘루피’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성공회대 입학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성공회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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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이제 성당에서 파문당할지도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총장은 이어 “성공회대라고 하는 곳이 얼마나 포용성, 다양성이 있는지 여러분들이 모두 알게 된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입학식에 새내기들은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보였다. 입학식 참석을 위해 부모와 함께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신방과 새내기 안모(20)씨는 “정말 신선하고 최고다.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띄며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성공회대가 교단의 대표 성당에서 입학식을 하기는 개교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성공회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성당에서 입학식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