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먼저, 보증은 나중에" SGI, 은행 면책 약속

by김나경 기자
2025.07.15 17:29:45

전산장애에 은행 전세대출 업무 차질 확산
“선 대출 후 보증으로 가입…피해 최소화”
공문으로 협조 요청했지만 총알받이 된 銀
“이삿날 잔금 안 들어온다” 고객 문의 폭주
보증기관 보안 검증하고 리스크 전이 차단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SGI서울보증 전산 시스템 장애로 은행이 대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SGI서울보증이 “사전심사, 보증서 발급이 협약 내용에 부합하면 은행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며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이삿날 잔금을 치러야 하는 임차인들의 문의가 은행에 몰리고 있는 데다 은행이 애꿎은 민원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SGI서울보증이 ‘은행은 책임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당장 소비자 피해가 심각한 만큼 SGI서울보증 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의 전산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전날 오전부터 이어진 SGI서울보증 전산 장애로 전세대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는 임차인의 문의가 많았다”며 “1~2시간 시스템 오류가 난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전자문서 교환이 안 되다 보니 고객 불편이 컸고 관련 문의가 은행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SGI서울보증의 ‘면책 약속’을 받고 서둘러 조치에 나섰다. 현재 사전 심사를 마친 전세대출에 대해 대출을 우선 시행하고 이후 보증서에 가입하는 식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출 실행 전에 보증기관(SGI서울보증)과 금융기관(은행)이 서로 보증서를 교환하고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후 대출을 시행하는데 현재는 SGI서울보증 전산 먹통으로 전자문서(보증서) 교환이 안 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 SGI서울보증의 전자문서 확인 없이도 일단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은행에 면책을 약속한 것이다. 은행은 SGI서울보증 전산이 복구될 때까지 이달 13일까지 보증신청을 완료한 대출 건은 신규 접수하고 대출 연장도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전산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보증기관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으로서는 주택 대출 방공제(MCI·MCG) 등의 업무 프로세스는 물론 용어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보증기관 전산 장애가 발생해도 문제의 원인이 은행에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SGI서울보증을 포함해 보증기관의 전산 시스템 리스크가 은행 리스크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의 점검도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비슷한 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보증기관이 은행과 고객에게 신속하게 내용을 공유하고 고객 문의·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의 올해 1분기 기준 보증 규모는 350조원에 달해 전산 시스템 장애가 길어질수록 피해 규모는 계속 불어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