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는 웁니다"…저신용자보다 대출금리 높자 '울먹'
by김형일 기자
2025.12.04 16:58:51
주담대·신용대 고신용자 금리 저신용자 '역전'
李 대통령 "금융 잔인" 발언 후 정책대출 공급↑
은행권 "정책에 의해 특정 구간 금리 왜곡 지속"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저신용자보다 높은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강화하면서 정책 효과가 시중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저신용자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며 “현 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 같다”고 지적하는 등 연일 저신용자 이자 경감을 압박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점수 951~1000점(최고신용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14%로, 600점 이하(최저신용자) 금리인 연 3.67%보다 높았다. 신한은행에서 최고신용자 주담대 금리가 최저신용자보다 높아진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최고신용자 금리는 연 4.1%였지만 최저신용자는 연 4.09%였고, 하나은행은 최고신용자 4.58%, 601~650점 구간 3.48%, 600점 이하 구간 3.44%로 금리 역전이 더욱 뚜렷했다.
가계대출 금리 하락 폭도 최저신용자 쪽이 훨씬 컸다. 10월 최고신용자 가계대출 금리는 국민은행 3.96%, 신한은행 4.23%, 우리은행 4.16%, 하나은행 4.16%로 0.07~0.09%포인트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최저신용자 금리는 국민은행 5.27%, 신한은행 5.48%, 하나은행 6.45%로 0.5~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9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책 방향이 더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초저금리로 대출받는 고신용자들에게 0.1%라도 더 부담시키고, 그 재원으로 금융 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 더 싸게 빌려줄 수 없겠느냐”고 언급한 이후 정책 방향이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도 정책대출 공급 확대 효과가 금리 역전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신용자는 우량 차주라 이미 금리 마진이 매우 낮게 설정돼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며 “반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취약계층 금리 부담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저신용자 금리는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 방향이 유지되는 한 금리 역전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실제 시장금리가 아닌 정책 변수에 의해 특정 구간 금리가 왜곡되는 것이어서 지속성이 있는 구조적 현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역차별 논란을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정책대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규취급액 평균 금리가 낮아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