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투자위축 불가피"…법조계 "소송 급증" 우려

by김소연 기자
2025.03.13 17:56:47

상법 개정안, 각계 반대했으나 국회 문턱 넘어
경제단체들 "최상목 대행, 거부권 행사해야"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 전락 가능성 커져
우리 경제·기업에 심각한 부작용 초래 지적
민형사상 책임 커질듯…배임 적용 확대 우려

[이데일리 김소연 성주원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결국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읠 통과하며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계에서 꾸준히 상법 개정의 문제를 강조해왔으나 결국 국회 문턱을 넘으며 기업의 투자 위축과 더불어 경영권 분쟁이 커지리란 목소리다. 법조계 역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계가 수차례 반대의 뜻을 피력해온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자 경제계에서는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상법개정은 우리 기업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국가 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계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개정안이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운신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사들의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때 이사들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주마다 입장이 달라 이사가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결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이 가로막히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크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기업을 시험대에 올리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며 “기업의 자율성을 굉장히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렸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특히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으로 기업이 전락하리란 우려가 크다. 행동주의 펀드가 특정 이사를 선임하려 하거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에도 기업 경영진이 손 쓸 방도가 없다. 온전히 기업이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법리적으로도 이번 상법 개정안이 맞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다. 과잉금지원칙, 명확성 원칙 등 헌법 기본 원칙에도 배치되고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우리 회사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 영역은 기본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사는 회사에 월급을 받는 계약관계가 있고, 주주는 회사와 투자계약을 맺은 관계다. 그러나 주주와 이사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며 “계약관계가 없음에도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한 국가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모두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했다. 세계 입법례도 없는 셈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도 담겨 있다. 신뢰성 문제와 더불어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한 사안으로 이를 강제로 적용시키는 데 따른 비판이 이어진다. 회사 자율에 맡길 문제도 모두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법적 분쟁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법개정으로 주주의 소송이 급증하리라 예상했다. 지배구조 포함 기업 법무 전반을 다루는 한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 시행 시) 소수 주주들이 상법 제401조를 근거로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남발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사적으로는 상법 제401조(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판례는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입혀 간접적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는 상법 제401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의 간접손해도 ‘직접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형사적으로도 업무상 배임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대법원은 현재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지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으나, 개정안 시행 후에는 이사를 ‘주주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생긴다. 이사가 의무 위반을 하면 형사상 배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