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탄소 1% 감축에 기여’ SK, 그린 사업 광폭 행보
by박민 기자
2022.05.10 18:15:21
저탄소·친환경 관련 계열사, 종로타워로 집결
“탄소 중립 실현 위한 계열사 통합 시너지”
SK E&S, SK임업과 동티모르에서 산림 개발
SK에코플랜트, 폐기물업체 인수 등 친환경 사업 확대
[이데일리 박민 기자]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를 책임지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린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계열사마다 기존의 탄소 중심에서 저탄소·친환경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신사업 투자 광폭 행보에 나서는 등 그룹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계열사 별로 나눠어 있는 그린 사업 조직을 한데 모아 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10일 SK그룹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간 그린 사업 통합 시너지를 위해 흩어져 있는 관련 사업부와 조직을 한곳으로 모은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 화학자회사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정유자회사 SK에너지를 비롯해 친환경·에너지·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수소·에너지 계열사 SK E&S, 조림사업 계열사 SK임업 등의 일부는 올 하반기부터 종각역 인근의 종로타워로 한데 모여 업무에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034730)㈜ 본사가 있는 서린빌딩을 비롯해 종각역 영풍빌딩(SK온), 조계사 옆 수송빌딩(SK에코플랜트), 인사동 백상빌딩(SK임업) 등 인근에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SK관계자는 “이들 계열사는 배터리와 수소 신사업을 비롯해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구축을, SK임업은 탄소배출권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라며 “각 사업들이 연관성이 있는 만큼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관련 조직을 한데 모아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밖으로는 탄소 감축을 위한 신규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앞서 SK그룹은 자체적으로 전 계열사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줄이는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이 ‘0’인 상태인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우고 그룹 전체가 함께 조기 달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사업 분야에만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속도를 내는 계열사 중 한 곳은 SK E&S다. 13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세계 최대규모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미국 중서부 지역 5개 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연간 최대 1200만톤(t)까지 지하 탄소저장 설비에 포집·저장하는 프로젝트다. 2024년 하반기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설비단지 전경.(사진 = SK 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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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스전을 활용해 탄소를 바다 및 땅속 깊은 곳에 저장하는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조만간 가동을 멈추는 동티모르 해상에 위치한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를 이산화탄소 저장고로 재사용하는 계획이다. 탄소를 지하 약 3㎞에 위치한 사암층에 영구 지중 저장함으로써 대기 중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유유단 폐가스전에는 연간 약 1000만t의 탄소 저장이 가능하다.
아울러 SK임업과 함께 동티모르 정부와 손잡고 동티모르 내에서 대규모 산림 개발에 나선다. 동티모르 내 신규조림(Afforestation), 재조림(Reforestation) 및 산림황폐화방지(REDD+) 등 산림 조성·복원사업을 공동으로 발굴·추진하기로 했다. SK E&S는 CCS를 활용한 직접적인 탄소감축과 함께 조림사업을 통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2040년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종합건설업에서 친환경에너지 전문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그린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2월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업체 테스(TES)를 1조24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달에는 국내에 있는 충청권 폐기물처리업체 ‘제이에이그린’도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까지 9곳의 환경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환경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화학제품 비중을 100%로 확대해 폐플라스틱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SK에너지는 SK네트웍스, 국내 1위 재생타이어 제조사 대호산업과 함께 폐타이어를 화학적 재활용을 거쳐 친환경 납사, 친환경 항공유 등으로 재사용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최 회장은 최근 대학 특강과 경제단체 연단에 오를 때마다 탄소중립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른바 ‘넷 제로 경제 성장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세미나에서 “탄소중립 초기에는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지만, 빠른 속도로 예상 편익을 키워 가면 결국 편익이 비용보다 크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그룹은 전사적 차원에서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현재 SK그룹 내 총 8개 계열사가 가입된 상태이며, 일부 계열사에서 추가 가입을 검토 중에 있어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