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 IT공룡에 베팅…“코로나19 위기 후 더 강해질 것”

by방성훈 기자
2020.04.29 17:09:51

MS·아마존·구글·애플·페이스북 한달간 주가 급등
온라인 특화 사업 및 탄탄한 재무…위기극복 유리
막대한 현금 보유…침체에도 투자·개발 여력
코로나19, 소기업에 더 위협적…대기업 시장지배 강화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미국 IT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온라인에 특화된 탄력적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재무적으로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바에 따르면 이달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전체 기업들 중 상위 10개사가 차지한 비중이 약 27%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IT버블 당시보다 높은 비중이다. 특히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MS 등 소위 IT공룡 5인방의 가치는 20%에 달했다.

또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MS의 주가는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증시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20% 이상 급등했다. 알파벳도 17% 상승했다. NYT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거대 IT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고, 위기 이후엔 더욱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며 시장 영향력을 키웠다. 페이스북은 봉쇄 조치 이후 접속률과 활용도가 크게 상승했다. 또 전국적인 재택근무 조치는 아마존과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MS의 비디오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온라인 구매 및 재택근무 등을 위한 모든 하드웨어는 애플 기기가 뒷받침하고 있다. NYT는 “애플 기기는 모바일 컴퓨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재는 코로나19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폐쇄로 아이폰 판매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내년엔 수요가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머스 필리폰 뉴욕대 교수는 “기업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탄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가 된 아마존의 경우 앞으로도 계속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거대 IT기업들에 눈을 돌리게 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기업들과는 달리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기업들은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애를 먹으며 부채 급증 위기에 놓여 있다고 NYT는 전했다.

UBS은행의 스튜어트 카이저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더 크고, 더 강하며, 더 안정된 대차대조표를 가진 회사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작은 회사들에게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필리폰 교수는 “현재의 위기 강도는 소기업들이 사망률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IT공룡들의 지배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 나스닥100 지수는 올해 들어 0.6% 하락했다. 반면 소기업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22% 급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 하락률인 11% 의 2배에 달하는 낙폭이다. NYT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기업들을 향한 부의 쏠림 현상이 이미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어스 애버커스에서 뮤추얼 펀드를 공동관리하는 젭 브리스 매니저는 “거대 IT기업들이 경기하락으로부터 완전히 면역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정상태 덕분에 침체 기간에도 직원 해고를 피할 수 있고, 제품개발 및 연구에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스 매니저는 그러면서 “실제로 2008~2009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이 위기 이후 경쟁사들보다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을 봤다”며 “아마도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