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용 세제 혜택은?…대주주 범위 확대 유예 요구 봇물

by유현욱 기자
2020.03.26 17:12:50

금융위, 기재부에 시행 미뤄달라 건의
금투업계는 물론 여당 의원도 가세
ISA 투자 대상에 주식 포함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도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식투자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손이 큰 투자자들이 외국으로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에 ‘주권상장법인 대주주의 범위 등’을 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157조 전면시행을 미뤄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에 이해 당사자인 금융투자 업계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요기반을 강화하고 시장의 낙폭도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하는 정책을 1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되는 의견도 적지 않은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주주 범위는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8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 따라서다. 개정안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로 보는 기준 금액을 차례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 25억원, 코스닥 20억원을 적용했으며 2018년 말에는 각각 15억원, 지난해 말엔 10억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2021년 양도소득세 납부 기준이 되는 올 연말은 3억원으로 또 한 번 확 낮아진다. 과세 기준일은 매년 4월이지만,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은 직전 연도 12월 말 주주명부폐쇄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지나기 전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단일 주식 보유액(시가총액)이 3억원을 넘거나 지분이 코스피는 1%, 코스닥은 2%를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세율은 양도 차액에 따라 20~30%로 매겨진다.

문제는 전례 없을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면서 불거졌다.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가한 충격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증시 안정을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절실해진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폭락장 속에서도 홀로 매수세를 이어오며 지수를 떠받쳤는데 대주주 양도세 강화로 연말을 앞두고 과세를 피하고자 일제히 주식을 내다 판다면 지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가 제2차 비상경제회의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는데, 이렇다 할 세제혜택이 빠진 점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위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 대상에 주식을 포함하고 가입 대상을 ‘소득이 있는 자’에서 ‘모든 거주자’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이다. 대주주가 아닌 경우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매매 차익에 대해선 이미 세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지만 ISA의 납입 한도 등을 감안하면 절세 효과가 크지 않다.

금융위와 기재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 합동 TF는 올 상반기 중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