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도 "사다 먹자"…늘어나는 '김포족'에 인류무형문화유산 흔들
by이성기 기자
2018.11.07 18:00:00
대상 종가집, 설문조사 주부 절반 이상(56%) "계획 없어"
50대 이상 장노년층 ''김포족''도 47% 절반 육박
포장김치 보편화, 지난해 시장규모 2100억 수준
| 지난 2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축제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고랭지 김장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평창 고랭지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평창고랭지김장축제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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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 2013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장 문화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반면, 포장 김치 이용은 갈수록 보편화 하는 추세다. 핵가족화 등 가족 구조 변화 등의 영향으로 ‘고된 노동’인 김장을 직접 담그는 대신, 사 먹는 게 합리적이란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보인다.
7일 국내 김치 업계 1위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0~19일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주부 2885명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6%가 ‘김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첫 조사를 실시한 지난 2016년 47%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50대 이상 주부 가운데 직접 담그기를 포기하고 얻거나 사 먹는 ‘김포족(族)’이 47%로, 2016년 33%보다 14%포인트나 증가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 이들은 ‘고된 노동’(5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시간·일손 등 부족’(24%) ‘적은 식구 수로 김장 불필요’(16%) 등을 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25∼30세 주부 절반 이상인 51%가 김장을 하겠다고 답하는 등 상대적으로 젊은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김장하는 이들이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대상 종가집 측은 “최근 집밥 트렌드와 김장양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접 김장을 담그는 경우 지난해에 이어 소량화 추세가 이어졌다.
김장을 계획 중인 주부들이 예상하는 김장 배추 양은 20포기 이하가 4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또 전체 응답자중 5포기 이하로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처음으로 등장(5%)했는데, 올해는 8%로 3% 포인트 증가했다.
김장 문화 쇠퇴의 반대 급부로 포장 김치 수요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포장 김치 시장 규모는 2015년 1439억원에서 2016년 1843억원, 지난해엔 2102억원까지 커졌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정간편식(HMR)과 함께 반찬 개념으로 포장 김치를 구매하는 경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배추와 무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포장 김치 매출도 덩달아 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겨울 김장 김치 재고가 떨어진 데다 원재료 상승 탓에 사 먹는 김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에 따르면 올 여름 7~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늘어 성수기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같은 기간 매출은 2016년보다 5% 늘어난 바 있다.
아워홈의 김치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김치 매출액은 2015년에 비해 3배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역시 신장세가 예상되면서 제천공장 목표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약 58% 높게 잡았다.
김장 비용은 주 재료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가격은 배추(도매가격 포기당 1758원), 무(개당 644원), 건고추(600g당 1만2020원), 깐마늘(1㎏ 5958원) 등 대체로 작년 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배추와 건고추는 평년(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 각각 30%, 50% 가량 높다.
농식품부는 이를 근거로 4인 가족 기준 올해 김장 비용(23.4포기)은 26만원 가량 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예상 김장 규모는 110만t으로, 지난 2000년 184만t에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김장 문화 유지·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한다. 오는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를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김장 담그기, 김장 나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