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7.01.23 19:15:15
대졸 이상 청년층 실업률 9% 돌파
1년전보다 1.1%포인트 늘어나
전체 대졸 이상 실업자 '절반 차지'
졸업시즌 봄 되면 실업률 더 오를듯
정부, 열번째 청년고용대책 계획
"대기업-중기 이중구조 해소해야"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국내 한 일간지는 대학 캠퍼스 졸업식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당시 취업에 실패한 대학생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정모(29)씨에게는 19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다음달 대학 졸업을 앞뒀지만, ‘취업 재수’를 하기로 해서다. 정씨는 “학교를 늦게 졸업해 동기도 없고 선후배 보기도 탐탁지 않아 졸업식에 아예 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고 한탄했다.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번듯한 직장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백수가 될 판이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3월 또다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 정부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다.
대학 졸업 청년의 실업 문제는 이미 곯을 대로 곯아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청년층(만 15~29세) 실업률은 9.6%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통계청이 실업 분류 기준을 구직기간 1주에서 4주인 무직자로 변경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대졸 이상 청년 실업률은 2011년 6.8%에서 2013년 7.4%, 2015년 8.5%를 찍고 급기야 사상 최초로 9%대로 올라섰다. 청년층 10명 중 1명은 무직이라는 이야기다.
대졸 이상 청년 실업자 수도 지난해 23만 6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대졸 이상 학력 실업자(45만 6000명) 중 청년층 비율은 51.8%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학원에 다니거나 혼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 취업 준비생도 65만 2000명(작년 5월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로 분류해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청년 실업률은 9.8%이나, 취업 준비생과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인 청년, 구직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그 두 배가 넘는 22%에 달한다고 통계청은 집계하고 있다.
일자리 찾기가 어렵자 아예 대학 졸업을 미루는 비자발적 ‘만학도’도 속출한다.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5월 기준 4년 2.6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늘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전체 취업 준비생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 비율도 지난해 39.3%로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기업의 일자리 등 노동력 수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청년 인구와 고령층 취업자는 계속 늘면서 몇 년 전부터 청년 실업 문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당장 올해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도 정년 60세 연장에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만 정년 연장을 적용했지만,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청년도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 선배 세대와 경쟁해야 하는 20~24세 인구는 약 339만 명(2015년 기준)으로 앞선 25~29세(303만 명)보다 36만 명가량 많다. 일자리 찾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올해도 봄 대학 졸업 시즌이 오면 청년 실업률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기간 일자리를 찾는 청년이 집중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앞서 2015~2016년에도 2~4월 청년 실업률이 10~12% 선에 육박하는 등 이 수치가 봄에 유독 고공 행진하곤 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오는 3월 또다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3년 10월 ‘중소기업 인력 수급 불일치 해소 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 정부 들어서만 10번째(세부 대책 포함) 청년 고용 대책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각 행정부처 국장급 ‘일자리 책임관’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청년 일자리 만들기 작업에 돌입한다. 대책의 중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취업 연계 강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에 맞추고 있다.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에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 등을 직접 강제하기는 어렵다”면서 “베이비붐 세대 정년 연장으로 자녀 세대의 고용 여건이 나빠진 만큼 자발적인 고통 분담 등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문 연구기관이나 학계에 청년 실업 문제는 당분간 ‘백약이 무효’하다고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장년층과 청년 일자리가 대체 관계라는 점이 명확지 않으므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단기적으로 청년 실업자를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로선 대·중소기업 간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