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지옥' 프랑스에도 다주택자 중과는 없다
by강신우 기자
2022.04.25 22:00:00
[글로벌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
佛 부유세도 주택 수는 안 따져
합산해 과세, 부채와 경비는 감면
韓 양도세 최고 82.5%로 불합리
싱가포르, 3년 넘어 팔땐 비과세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 사는 김 씨와 최 씨는 자산이 20억원으로 같지만 연말이면 희비가 엇갈린다. 내는 세금(재산세+종합부동산세)이 각각 700만원과 1900만원으로 3배차이나 벌어져서다. 재테크의 달인으로 소문난 김 씨는 일찌감치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장만했지만 최 씨는 노후에 임대수익이나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한 채를 더 산 게 화근이 됐다.
부동산 가액(자산)이 같아도 주택 수에 따라 세금 차이가 수 배 벌어지는 불공정한 과세로 인한 불만이 높다. 특히 국제적으로 2주택 이상 소유했다고 해서 징벌적으로 세 부담을 늘리는 사례가 없으니 다주택자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현 정부가 조세정책의 목적을 공정과세가 아닌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두다 보니 벌어진 웃지 못할 헤프닝이다. 어그러진 조세정책의 방향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정치권,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수위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산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개선하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앞서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사항으로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부동산세제 개편의 큰 틀은 보유세와 거래세 개편이다. 먼저 보유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고, 프랑스가 2018년 도입한 ‘부동산부유세’와 같이 부유세제로 재편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주택자를 가려 세금을 더 내는 나라는 없다. 프랑스의 부동산부유세 역시 주택 수가 아닌 주택 총 가치에 세금을 매긴다. 여기에 부채나 필요경비는 빼준다. 차익실현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세와 연동한 공시가격이 과세표준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아무런 차익실현이 되지 않아도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양도세도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시행하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은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하고 영국은 소득과 연동해 세율을 결정한다. 프랑스는 19%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 6년 이상 보유시 공제혜택이 적용된다. 싱가포르는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데 1년 이내 양도시 12%로 가장 많고 3년 이상 땐 비과세한다. 우리나라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최고 82.5% 세율을 매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조세정책의 목적이 시장 관리인데 세 부담 전가로 집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더 컸다”며 “과세표준을 시장가에 맞춘 공시가격이 아닌 따로 분리시킨 새로운 기준을 쓰거나 종부세는 재산세와 일원화하는 등 이제는 조세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