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우량기업 채권도 외면…회사채 시장도 ‘꽁꽁’
by박종오 기자
2020.03.16 20:10:11
신용 스프레드 연중 최고점
우량기업 회사채 투자도 외면
"시장 냉각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안전 자산에 속하는 신용등급 ‘AA’급 회사채마저 수요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0.666%포인트로 지난 2018년 8월21일 0.673%포인트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0.58%포인트)에 비해 8.6bp(1bp=0.01%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올라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돈 떼일 위험이 없는 안전 자산인 국고채에 주로 몰리고 회사채 투자를 기피한다는 의미다. 투자 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 등급 3년 만기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6.694%포인트에서 현재 6.825%까지 치솟았다.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하나은행은 3000억원 규모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지난 13일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수요 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매수 주문이 2700억원만 들어오는 데 그치며 청약 미달이 났다. 다만 하나은행은 이날 채권시장 종료 후 추가 모집을 통해 발행 목표 금액을 모두 채웠다.
하나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A’로 투자 적격 등급 10개 중 ‘AAA’, ‘AA+’ 다음으로 높다. 사실상 투자 위험이 없는데도 극도의 위험 회피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분석이다.
한 채권 평가사 관계자는 “안전한 은행채가 수요 예측에서 미달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전 청약 당일 시장 금리가 20bp가량 급등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자 기관 투자가들도 투자 결정을 미룬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르며 산업 전망이 어두웠던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커지며 회사채 등 직접 자금 조달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는 탓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며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 결국 국채 수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데, 회사채와의 금리 스프레드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이 어려운 회사채 보유 시 환금성 면에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국채나 통화안정채권 위주의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나이스 P&I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1조1050억원으로 한 주 전보다 3840억원 감소했다. 지난 2월 전달보다 2배가량 많은 9조6430억원 규모 회사채가 발행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용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국채나 통화안정채권 등 안전 자산을 제외한 회사채 투자를 모두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심지어 은행채마저도 투자를 외면하는 지금 같은 분위기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