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외엔 닿지 않는다"…처음 공개된 코닝 만의 특허기술은

by김혜미 기자
2025.12.17 16:47:24

충남 아산 코닝정밀소재 공장 르포
원료 준비부터 성형 등 전과정 자동화
건축용 유리 '엔라이튼 글래스' 공개
무게 30% 줄이고 단열 10% 개선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공중에서 넓게 펼쳐진 투명한 유리기판이 아래로 서서히 내려온다. 노란색 로봇이 유리기판을 조심스레 잡아 옮겼다. 고순도 물질을 혼합해 만들어진 유리물이 V자형 바닥의 커다란 아이소파이프를 통해 떨어지는 방식의 ‘퓨전 유리 제조’ 공정은 공기 외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도록 고안한 코닝 만의 특허 공법이다.

퓨전 공법으로 제조된 유리기판을 로봇이 잡아 옮기고 있다.(사진=코닝)


17일 기자가 방문한 충청남도 아산 소재 코닝정밀소재 공장에선 퓨전 공법을 활용한 디스플레이용 유리 기판 생산이 쉴새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내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에선 자동화 설비와 로봇만이 움직이고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코닝이 원료 준비에서부터 용해, 성형, 가공, 검사, 포장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시킨 덕분이다.

반 홀 코닝 한국 총괄사장은 “코닝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스마트 제조와 기술 공정을 구현해냈다”며 “이번에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로봇개가 자율적으로 검사작업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닝은 이날 건축용 유리 ‘엔라이튼 글래스(Enlighten Glass)’를 전격 공개했다. 최근 건축물에 적용되는 삼복층 창호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삼복층은 세 장의 유리에 아르곤 가스층을 결합해 단열을 극대화한 것으로, 기존에는 각각 5㎜의 소다라임 유리가 세 장 들어갔다면 엔라이튼 글래스는 10분의 1에 불과한 0.5㎜의 두께로 가운데 들어가게 된다.



코닝 엔라이튼 글래스가 가운데 적용된 삼복층 유리(왼쪽)와 기존 소다라임 유리로 만들어진 삼복층 유리.(사진=코닝)
임정한 코닝정밀소재 총괄부사장은 “삼복층 유리 가운데 엔라이튼 글래스를 적용할 경우 이전보다 무게는 최대 30% 줄어들고 단열성능은 10% 개선되며 광학 투명도는 4% 향상, 탄소발자국은 58% 감축시킬 수 있다”며 “무거운 창은 개폐가 어렵고 마모되기 쉬우며 작업자들의 사고 위험을 높인다. 창호의 무게는 단순 스펙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코닝은 한국을 중심으로 엔라이튼 글래스를 전세계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삼복층 유리 시장 자체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신기술을 알아봐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청담동의 워너청담과 울릉도의 라마다 호텔 울릉, 충남 부여의 공공주택인 농촌리브투게더 등에 엔라이튼 글래스가 적용됐다.

건축용 유리가 단열과 경량화 등에 중요하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협력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현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KCC 등과 협력하고 있다.

반 홀 사장은 “건축물에서 열손실이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창유리”라며 “한국 내 전기료가 점점 더 상승하고 있으므로 엔라이튼 글래스가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홀 코닝 한국 총괄사장(사진=코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