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분노하고 맞서 싸워라" 모교 졸업생에 울림 준 `방탄 아버지`

by신중섭 기자
2019.02.26 18:21:20

26일 서울대 제73회 학위수여식서 축사 맡아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 키워낸 위상 증명
"분노하고 맞서 싸워라"…경험서 우러나온 조언도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제73회 전기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서울대)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오늘의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다름 아닌 `화(火)` 즉 분노였습니다.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십시오.”

26일 오후 제73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이 진행 중이던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에는 때아닌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DNA`와 졸업생들의 함성 속에 단상 위에 오른 이는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방시혁(47)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였다.

글로벌 K-POP 스타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 대표는 이날 자신이 지금껏 걸어온 길들을 회상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졸업생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다. 방 대표는 서울대 미학과 91학번 출신으로 이날 축사는 세상으로 나갈 모교 후배들에게 전하는 선배로서의 당부와 격려 메시지이기도 했다.

대중문화 인사가 서울대 입학식·졸업식 축사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지난 2013년 입학식에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축사를 한 적이 있지만, 졸업식 축사는 방 대표가 처음이다. 방 대표가 서울대 졸업식 단상에 오르기까지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부탁도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룹을 키워낸 방 대표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졸업식 축사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까지는 대단한 에피소드나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다”며 “(지금에 오기까지)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이라고 지난 길을 설명한 방 대표지만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방 대표는 지난 1991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해 1994년 제6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음악계에 입문했다. 그는 이후 대중음악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활동하며 박진영에게 스카우트 돼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기도 했다. god의 ‘하늘색 풍선’과 비의 ‘나쁜남자’,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등 히트곡을 만들어낸 그는 2005년 JYP를 나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숱한 히트곡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그였지만 여타 연예 기획사 비해 두각을 보이는 가수들을 배출하지 못하는 등 주춤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방 대표는 2013년 회사의 첫 아이돌 그룹이자 야심작인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키며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게 된다. 활동 초기에는 ‘눈 여겨볼 만한 신인’ 정도에 그쳤던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고 4만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시키는 등 마침내 월드 스타에 오른 것이었다.

이날 방 대표가 뱉은 졸업식 축사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세계적인 그룹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그가 겪어온 경험과 성공의 원천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특히 분노와 화(火)가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저는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니지만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며 “오늘의 저와 회사가 있기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불만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는 또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며 “그중에서도 저를 가장 불행하게 한 것은 음악 산업이 처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상황이었고 이런 문제들과 늘 싸워왔다”라고 회상했다.

방 대표는 졸업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와 같은 분노와 불만을 갖고 불행한 상황과 싸워나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 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애정과 관용을 가져야 한다”며 “그러한 관심 속에서 여러분의 삶에 제기되는 문제들과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해 해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이 자신의 행복을 좇는 것은 세상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일이 될 것이며 이것이 우리 학교의 졸업생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고 독려했다.

한편 이날 열린 졸업식에서는 학사 2439명, 석사 1750명, 박사 730명 등 총 4919명이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