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더 높은데 탈락…“수도권 역차별하는 예타 개선해야”

by김형환 기자
2025.12.17 16:43:43

수도권 경제성 가중치 최대 70% 달해
비수도권, 경제성 더 낮아도 예타 통과
“평가구조 일원화…편익 함께 평가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로 수도권이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에 편중된 현 제도로 인해 서울 철도 사업은 탈락했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짐에도 다수 통과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구조를 일원화하고 경제성이 아닌 ‘편익’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대토론회’에 참석해 “수도권 사업의 경제성 가중치 범위가 60~70%에 달해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예타 통과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이 연이어 탈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도입된 예타 제도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서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수도권의 경우 정책성 가중치를 30%가량 낮추고 경제성을 60~70%, 정책성은 30~40%으로 조정했다. 비수도권에는 경제성을 35~50% 비중으로 그대로 두고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철도 사업이 다수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여전히 교통망이 부족한 강북 지역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북횡단선을 시작으로 목동선, 낙곡선 등 주요 서울 철도가 연이어 예타에 탈락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업 다수가 통과돼 ‘역차별’ 논란이 나온다. 실제로 경제적 타당성이 0.75를 기록한 서울 목동선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경제적 타당성 0.27을 기록한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예타를 통과했다.



행정구역 중심 이원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구조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 고 교수는 “예타의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은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경기도와 인천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특성을 모두 지님에도 획일적으로 수도권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며 “경직된 이분법적 구분으로 수도권 내 낙후지역이 사각지대에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경제성’이 아닌 경제성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공사비와 융자보상비, 유지관리비와 같은 비용(경제성)과 통행시간 절감, 대기오염 절감, 환승 편의성 개선 편익(편익) 등을 함께 평가해 정책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편익(수도권 60~70%·비수도권 30~45%)-정책성 평가(수도권30~40%·비수도권 25~40%0-지역균형발전 평가(수도권 미반영·비수도권 30~40%)으로 3개 항목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내부에도 ‘취약지역 등급’을 둬 일부 사업은 비수도권 취약지역과 함께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대통력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인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내부에서도 경기 북부와 인천, 경기 남부와 서울과 다르다”며 “수도권의 전략들을 차별 없이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게 할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내년 5월까지 한국정책분석평가학화와 함께 심층 연구를 진행해 개선안을 마련,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를 통해 “지금의 예타 체계는 필요한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게 해 시민 불편이 쌓이거나 지역 격차가 커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 전체의 발전과 맞닿아 있는 만큼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기준이 만들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