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TO 시장 열려도 팔게 없다면…‘빈 진열대’ 최대 리스크

by김연서 기자
2025.12.04 16:54:04

[9부능선 넘은 STO] ③
장외거래소 2곳 내년 출범…유통 인프라는 마련
법제화 지연 속 발행사·인력 이탈…상품 줄어
투자계약증권 유통 허용돼도 기획 역량 부족
“내년 경쟁은 플랫폼이 아니라 발행에서 결정”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유통 문은 열리는데, 정작 올려둘 상품이 없다”

내년 본격 개막하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에서 ‘발행 공백’이 핵심 리스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두 곳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인가할 예정이고, 투자계약증권 유통까지 가능해지면서 제도권 유통 인프라는 사실상 구축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 공급할 발행 자산이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 2026년 STO 생태계의 성패는 발행 역량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나노바나나)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유, KDX, NXT 컨소시엄 등 세 곳이 금융위원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두고 경쟁 중이다. 이 중 두 곳이 내년 상반기 정식 출범하면 조각투자 상품의 유통이 제도권 안에서 가능해진다. STO 법안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규제 환경 정비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발행이다. 조각투자 열풍 당시에는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는 시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STO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해당 기획들은 대부분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간 조각투자 업체, STO 컨설팅사 상당수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고 인력 이탈도 지속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2년엔 발행 문의가 매일 들어왔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 “유통시장에서 판매될 상품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제도화 이후 시장을 확대하려면 발행 콘텐츠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기존 조각투자 모델은 미술품, 한우, 부동산 등 특정 자산군에 집중돼 있어 투자자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이 허용되면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 설계가 가능해지지만, 이를 실제 발행 상품으로 구현할 기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구조화할 수 있는 기획·검증 인력 역시 시장에 충분히 남아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통 인프라를 확보한 거래소들도 발행 부문이 회복되지 않으면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역할은 유통 플랫폼 제공에 그치기 때문에 시장의 거래량과 안정성은 발행 자산의 다양성과 지속성에 따라 결정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인가가 시장 개시를 의미할 뿐, 거래량을 만드는 건 발행사”라며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선 발행 역량을 회복시키는 정책·산업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내년 STO 시장의 진짜 경쟁은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발행 콘텐츠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규제·기술·플랫폼이 갖춰진 이후에는 어떤 자산을 어떤 구조로 시장에 공급하느냐가 시장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STO의 초기 확장 국면에서는 발행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며 “유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발행사가 얼마나 빠르게 복귀하느냐가 내년 시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