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이 우물에 독 풀어"…日지진 후 SNS 떠도는 헛소문

by김보겸 기자
2021.02.15 17:41:59

"아베가 지진 일으켜" 관동대지진 루머 판박이
"아베가 일으킨 지진"…실시간 검색어에 '인공지진'
가짜뉴스 신고 움직임에 직접 삭제하는 경우도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진도 7.3 강진이 발생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조선인, 흑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인공지진을 일으켰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후 SNS에서 헛소문이 퍼지고 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퍼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

15일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발생한 강진을 둘러싸고 또 차별적 발언이나 흑색선전,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나 유튜브 등에 난무했다”고 보도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거짓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은 일본 시민들은 조선인과 중국인을 학살했다. 당시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소문의 피해자가 됐다. 신문은 “관동대지진 당시에 비해 지금은 정보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지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으킨 인공지진”이라는 근거 없는 글도 떠돌았다. 이 때문에 한때 일본 트위터에서는 ‘인공지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신문은 “지하 핵실험 등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번 지진같이 규모가 큰 지진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헛소문이 퍼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규모 9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에는 “외국인 범죄가 횡행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는데 시민 80%가 그 소문을 실제로 믿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8년 7월 호우 피해 당시에도 “현장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재일 조선인들이 도둑질을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헛소문 유포를 막기 위해 적극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지난 2019년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 쓰다 다이스케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뉴스 트윗을 지적하며 “악질적인 차별 선동, 여러분 신고합시다”라는 글을 적었다. 쓰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올리더라도 비난을 받으면 놀라 직접 삭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쓰다가 악질적인 가짜뉴스를 리트윗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이를 지운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