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60년 쌍용양회, '쌍용C&E' 바꾸고 종합환경기업 도약
by김호준 기자
2021.02.25 16:01:01
쌍용양회공업, '쌍용C&E'로 60년 만에 사명 변경
내달 주총서 확정…'종합환경기업' 도약 의지
순환자원·폐열발전설비 등 친환경 투자 확대
코로나 여파에도 투자 힘입어 실적도 호조세
“환경사업 강화, 시멘트 업계 전반으로 확대”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1994년 11월 쌍용양회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환경자원사업 전담조직을 출범했다.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을 시멘트 연료로 쓰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해외 시멘트 업체들은 발전 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하기 위해 순환자원 사용 비율을 높이던 시점이었다.
이후 약 30년간 환경사업 경험을 쌓은 쌍용양회는 최근 ‘종합환경기업’으로 진화를 선언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친환경 기조에 발맞추면서도 그간 원가절감 차원에서 추진했던 환경사업을 확장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25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쌍용C&E’(Cement&Environment)로 변경한다. 지난 1962년 설립 후 60년 시멘트 외길에서 벗어나 친환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홍사승 쌍용양회 회장은 “순환자원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재활용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환경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살기 좋은 미래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쌍용양회는 지난해 12월 정관 사업목적에 △폐기물 수집 운반업 △온실가스 배출권 관련 사업 △환경 관련 컨설팅 △폐열발전 및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증기·전기 공급 사업 등을 추가하며 친환경 사업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현준 대표집행임원을 위원장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시멘트 업계에서 ESG경영체제를 본격화한 것은 쌍용양회가 처음이다.
쌍용양회가 이처럼 환경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시멘트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꼽힌다. 쌍용양회는 오는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회사가 그간 추진해 온 환경사업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쌍용양회는 강원도 영월·동해 공장에 지난 2년여간 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70만톤 규모 폐합성수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 개조 및 신·증설을 완료하고 최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자원인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게 되면 그만큼 시멘트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폐열발전설비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신규 버너 설치, 냉각기 개조 등 전력비 절감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투자는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쌍용양회 매출액은 1조4708억원, 영업이익 25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 감소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9.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14.8%)보다 증가한 17% 수준으로, 시멘트 업계에선 유일하게 6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여파 속에서도 낸 호실적으로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인 쌍용양회가 환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표시멘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환경 관련 내용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내달 정기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순환자원 처리시설과 폐열발전설비에는 총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시멘트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경사업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쌍용이 업계 환경사업을 선도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도 차례차례 따라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