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박격포, 1㎞밖 '오발'…인근에 민가 있었는데 또 '쉬쉬'
by김관용 기자
2020.05.19 19:30:00
사거리 5.5㎞ 4.2인치 박격포
1㎞나 벗어난 비상식적 오발
언론보도로 5일이나 늦게 공개
또 사건·사고 은폐 의혹 낳아
| 육군 장병들이 K532 다목적 전술차량에 탑재된 4.2인치 박격포로 사격을 하고 있다. [출처=국방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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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 보병부대의 4.2인치 박격포 실사격 훈련 도중 포탄 탄착 지점이 1㎞나 떨어진 곳에 낙하는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쉬쉬하고 있다가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고 발생 5일이 지난 19일에서야 뒤늦게 이를 확인했다.
이날 육군은 “지난 14일 오전 8시 45분께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노야산 훈련장에서 육군 모 부대 공용화기 사격 과정에서 포탄이 표적지로부터 약 1㎞ 이격된 산림청 관할의 야산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낙탄으로 인한 군과 대민피해는 없다”며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상급부대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확인 결과에 따르면, 해당 간부가 사격 제원은 정확히 산정했지만 장약 확인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육군 관계자는 “지켜야 되는 절차와 매뉴얼에 소홀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실사격 훈련에 동원된 사거리 5.5㎞의 박격포탄이 무려 1㎞를 빗나간 것은 군 기강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군 당국은 이같은 오발 사고를 당시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다. 야전 지휘관들이 공개를 꺼렸다는 후문이다. 언론 보도로 해당 내용이 드러나자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정한 꼴이다.
4.2인치 박격포탄은 육군이 운용하는 박격포 중 가장 구경이 크고 파괴력이 강한 무기체계다. 살상 반경이 30~40m에 달해 사람이 다니거나 민가가 있는 곳이었다면 인명 사고가 날뻔했다. 이번 오발 포탄이 낙하한 지점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민가가 있었다.
군 당국은 지난 3일 발생한 북한군의 우리측 GP 총격 사건 당시에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다가 언론이 제기한 K-6 초기 대응사격 실패 의혹에 대해 10일 만에 이를 인정한바 있다. 해당 부대는 이를 사건 발생 다음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요즘은 군이 숨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사건·사고 발생시 이를 조속히 외부에 공개하고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를 묵히고 있다가는 되려 축소·은폐 의혹을 낳고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