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페스타]"감독·배우에 '여성' 꼬리표 떼내야"
by김겨레 기자
2018.10.16 18:14:59
16일 이데일리 W페스타 특별세션2
병원장·재판관 역 맡은 문소리 "길을 내는 심정"
"여배우 캐릭터 한정적..다양한 역할 나와야"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배우 문소리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특별세션2 ‘그 여자 배우, 그 여자 감독’이란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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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겨레 조해영 기자]“영화에 여성이 나온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배우 문소리와 영화감독 이언희가 영화계 성차별 대해 지적했다.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엄마 외에는 맡을 배역이 없고, 여성 감독이 대형 상업 영화의 메가폰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소리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 두 번째 특별세션 ‘그 여자 배우, 그 여자 감독’에서 “영화의 젠더 지수를 높이는 것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어떻게든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리는 “여배우는 남자 배우에 비해 고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부족하다. 남자들이 떼로 싸우거나 남자들이 나라를 구하거나 이런 영화들만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자 배우들은 나이가 들어도 직업을 가진 남성을 연기하는데 여배우는 그렇지가 않다. 모성애가 강한 존재 혹은 모성애가 무너져 괴물이 된 존재, 피해자로만 그려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른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야하는데 선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풀을 깎고 길을 내는 심정으로 영화를 찍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소리는 “영화계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희망을 품었다. 드라마 ‘라이프’에서는 병원장을 연기했고, 영화 ‘어쩌다 배심원’에서 문소리는 재판관 역을 맡았다. 애초 남자 배우가 맡기로 한 역할이지만, 지난해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한국 사회에 큰 인상을 주면서 바뀌었다고 한다.
문소리는 앞서 배우 겸 감독으로도 나서 화제가 됐다. 여배우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각본까지 쓴 자전적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내놨다. 배우이자 아내, 엄마의 고충을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문소리는 “요즘은 이렇게 제작자들이 여성이 몇 명이 나오는지를 고민한다”며 “지금까지 고민하지 않았던 시절이 길었으니 이제는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언희 감독과 배우 문소리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특별세션2 ‘그 여자 배우, 그 여자 감독’이란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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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도 여성 감독이라는 한계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배우 주연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과 ‘미씽:사라진 여인’ 두 편에 이어 최근에는 상업영화 ‘탐정:리턴즈’를 연출했다. 탐정:리턴즈는 2008년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역대 여성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탐정:리턴즈’의 순 제작비가 50억원 규모로, 여성 영화감독 작품 가운데서는 규모가 굉장히 컸다”며 “저는 ‘이제 내가 큰 영화를 찍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투자사에서는 작은 예산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며 “그 와중에 여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하고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했다. 워킹맘과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다룬 ‘미씽’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지만, 오히려 이 감독의 정체성을 여성으로 제한하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 감독이 차기작으로 남자 배우 주연인 ‘탐정:리턴즈’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 감독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미씽’을 연출하면서 패배적인 감정을 느꼈다”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저 스스로 응원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 무엇을 할지에 대해 폭이 작아지고 특별한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언희 감독은 “이 자리에서조차 저는 ‘여성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며 “결국 이런 이야기를 이런 특별한(성평등 담론을 나누는) 자리에서만 하지 않는 것이 저희가 원하는 결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