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뛰는데, 고장난 연료비 연동제…한전 영업손실 5兆 넘을 듯

by문승관 기자
2021.11.15 17:21:45

정부 통제로 연료비연동제 무용지물…대선까지 겹쳐 요금정상화 언감생심
분기별 영업실적 공시 이후 3분기 첫 영업손실…올해 손실 총규모 5조 돌파
기재부 “요금인상 없다”…오르는 연료비·동계 전력사용 증가까지 첩첩산중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올해 3분기까지 한국전력의 누적 영업손실 1조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3분기 3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1년 새 총 영업손실만 4조2500억원을 냈다.

한전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4조3845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4분기까지 순수 누적 영업손실액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지난해 4분기 대비 총 영업손실은 5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한전은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한 적이 없어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한전 본사 전경(사진=한국전력)


한전 관계자는 15일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4%, 23.3% 증가하는 등 총 비용만 13.4% 늘어났다”며 “올해 3분기 누계로 1조1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조1526억원 영업이익과 비교할 때 4조원 이상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증한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배럴당 54.82달러에서 10월 81.61달러로 48.9%나 급등했다. 여기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 상한제약 등을 시행하면서 원가가 비싼 LNG 발전기 가동을 늘린 것도 원인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은 작년과 비교하면 3분기 현재 각각 3.2%, 9.1% 줄었고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10.4%, 2.1% 늘었다.



전력시장가격의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도 폭등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평균 ㎾h(킬로와트시) 당 70.7월에서 9월 말 98.8원으로 올랐고 10월 말 현재 107.8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12일 현재 132.4원까지 치솟았다. 이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그나마 손실을 메울 수 있는데 정부의 통제에 갇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도입한 연료비연동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한전이 4분기(10~12월) 주택용 전기요금을 1㎾ h(킬로와트시) 당 3원 인상했으나 지난해 말 국제유가 인하를 이유로 올해 1분기(1∼3월) 요금을 ㎾h당 3.0원 낮춘 것을 정상화한 데 불과하다. 4분기 10.8원 인상요인이 발생해 올해 총 15.2원의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0원이었다. 내년에 분기마다 3원씩 인상하더라도 올해 발생한 조정단가를 전기요금에 다 반영할 수 없다.





3분기는 한전이 한 해 유일하게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시기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 실적이 3분기에 잡히기 때문이다. 한전 내부에서도 `한철 장사`라 할 정도로 3분기 실적만큼은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도 호(好)실적을 내왔다.

그랬던 3분기 실적이 2011년 분기별 영업실적을 공시한 이후 처음으로 손실을 냈다. 연료 가격 상승 압박은 올 연말을 지나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여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감축 정책으로 값싼 석탄발전과 원전 이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기란 언감생심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공공요금을 올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추가 인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한전의 경영 압박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수시로 변하는 연료비는 전기 원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료비가 내릴 때 적자를 메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손익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제때 맞춰 할 수 없다. 전기 소비자인 국민이 한전에서 투자해야 할 인프라 투자비용을 대고 세금으로 적자까지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전은 마른 수건을 짜듯 자구 노력을 더 강화한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연료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결국 고지서에 쓰여 있어야 할 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기는 차액을 세금으로 대신 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