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재정확대 필요'에 동참…“필요시 상반기 추경 편성도”
by김상윤 기자
2016.12.07 14:19:57
내년 성장률 2.7→2.4%로 하향
대내외 리스크로 추가 확대 가능
실직자·저소득층 안전망 확충해야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재정확대 목소리’에 동참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신(新) 정부, 탄핵 정국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와 함께 충분한 재정 확대가 뒷받침돼야 리스크를 부분적이나마 완충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KDI가 7일 발표한 ‘2016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정책방향 권고 중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재정정책’이다. 지난 5월 ‘2016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을 때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는 보수적인 기조였다. 부실기업에 대한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을 활용하지만, 재정규율 강화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KDI는 “대내외 충격으로 경기하방압력이 높아질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특히 400조5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은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보다 3.65% 오르며 증가율이 높게 설정돼 있지만, 의무지출의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제한적이라고 봤다. 최근 세수가 급증하면서 재정수지도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할 것으로 본다면 정부가 재정여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부족한 본예산 부분을 메운 것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추경 규모를 포함한 올해 예산에 비해 고작 0.5%에 늘어난 것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인이 커지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가 비교적 큰폭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본 셈이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4%로 전망했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2%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하방압력을 줄이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재정확대 목소리는 앞서 IMF와 OECD가 한국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OECD는 최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0%에서 2.6%로 낮추며 한국 정부의 긴축적 재정기조가 성장률 하향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다만 이미 내년 본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늘릴 수단은 제한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전망에 대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따져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예정”이라며 “재정정책도 그 중 하나”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탄핵정국에 컨트롤타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KDI는 우선적으로는 재정집행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다만 정부는 이미 내년 상반기 조기집행률은 68%로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확정한 상태다. 김 부장은 “추가적으로 재정투입률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KDI는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에 재정이 실제로 잘 전달되고 집행되도록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KDI는 상반기 추경 편성 필요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올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 둔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내년 1분기 상황을 보면서 추경 카드도 꺼내 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추가된 재정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망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저성장 시대에 가장 타격을 입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실업급여의 적용대상 범위를 넓히고 보장수준도 높이면서 실질자의 소득보조에 힘을 쓰고, 근로 빈곤가구나 저임금 고령자의 소득보조를 위한 공적재원 투입 확대 등으로 노동시장 격차를 적극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부장은 “최근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은 국가 간 소득 격차를 넘어 내부적인 불평등 문제가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