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MLCC 슈퍼사이클' 전망…삼성전기 증설 검토
by김정남 기자
2025.12.04 16:45:20
'전자산업의 쌀' MLCC, 글로벌 급성장 전망
AI 서버용 시장 주목…선두 기업들 장악할듯
삼성전기 '풀가동 체제'…무라타 가동률 95%
AI수요 폭증에 삼성전기 증설 검토…수익성↑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전자산업의 쌀’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시장이 초호황을 맞고 있다. 삼성전기, 일본 무라타제작소 등 주요 선두권 업체들은 MLCC 공장을 사실상 ‘풀가동’을 하면서 수요 폭증에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4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LC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1%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10.5%), 오는 2027년(10.5%) 모두 10%대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전망이다. 지난 2022년, 2023년 당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업황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약 2만~3만개가 각각 들어간다.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10배 넘는 MLCC를 탑재해야 한다.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300ml 와인 잔에 MLCC를 채우면 수억원 이상 가치를 가진 고부가 부품이다.
최근 특히 주목받는 곳은 AI 서버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시장은 지난해 1429억달러(약 196조원)에서 오는 2030년 8378억달러(약 1150조원)로 6년 만에 6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서버는 기존 서버 대비 높은 연산 성능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만큼 전력 소모와 발열 역시 급증한다. 이에 따라 AI 서버용 MLCC는 고온(105℃ 이상), 높은 정격전압(100V), 강한 휨 강도(2㎜) 등 가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AI 서버용 MLCC 시장은 일부 선두권 기업들이 장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삼성전기의 올해 3분기 공장 가동률은 99%에 달한다. 2023년만 해도 분기별로 50~70%대에 불과했는데, AI 수요를 등에 업고 사실상 풀가동 체제로 접어든 것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무라타의 최근 가동률 역시 95% 수준에 달한다. 모건스탠리는 “강력한 AI 서버 수요로 인해 MLCC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기는 이에 맞춰 AI 서버용 MLCC를 주력으로 양산하고 있는 필리핀 공장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MLCC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내년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 삼성전기 등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