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자문단, 아이디어 만발 ‘예비회담·정례화·종전선언·공동기자회견’
by김성곤 기자
2018.04.12 17:55:49
12일 남북정상회담 보름 앞두고 원로자문단 초청 청와대 오찬간담회
임동원·박지원 등 남북정상회담 주역 및 김영희·문정인·정세현 참석
임동원 “한반도의 평화와 봄 이끌어냈다” 文대통령 리더십 극찬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낮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환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21명의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은 의견들을 청취했다고 고민정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과거 정부에서 남북대화 또는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원로 자문위원들은 본인의 활동과 그동안의 경륜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좌장인 임동원 단장은 “남북간 소통채널을 복원하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 한반도의 평화의 봄을 이끌어냈다”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임 단장은 특히 “기적같이 만들어낸 이 기회를 살려서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뤄내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00년 6.15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정상회담 전의 예비회담은 꼭 필요하다”며 “합의문의 초안을 예비회담 때 북에 미리 전달했더니 북으로부터 회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조언했다.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인 홍석현 자문위원은 “의전과 행사보다 성과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북한과의 사전협의, 미국과의 정책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황원탁 자문위원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 남북간 군사적 균형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여성평화연구원장인 김정수 자문위원은 “남북의 영부인들이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한반도 아동권리를 신장하는 등의 공동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기자인 김영희 자문위원은 “과거에는 정상회담 자체가 성과였지만 지금은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면서 2007년 10.4 선언 당시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한 것처럼 인천, 개성, 황해를 엮는 경제클러스터를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의원인 박지원 자문위원은 “비핵화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니 인내하며 안전운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경기도교육감인 이재정 자문위원은 “남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걸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전선언일 것”이라면서 △정상회담의 정례화 △양자-3자-4자 정상회담의 지속화 등을 건의했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인 이종석 자문위원도 역시 종전선언을 건의하면서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GP의 무기철수와 평양과 서울의 대표부 설치 등을 제안했다.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자문위원은 과거 정상회담을 준비할 당시를 회고하면서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40퍼센트라면 홍보의 중요성이 60퍼센트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니 회담을 하면서도 언론사와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할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의원으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자문위원은 △종전선언 △중무장이 아닌 DMZ의 진짜 DMZ화 △남북 상주대표부 설치 △후속 정상회담에서의 신경제지도 구상 이행을 제안했다.
대통령 외교통일안보특보인 문정인 자문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남북정상회담 당일 공동기자회견을 제안한 뒤 “내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남북이 함께 만나 국제경제 큰 판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로 과거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 자문위원은 “내년이 임정 100주년이다. 3월 1일이든 4월 11일이든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서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네고시에이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2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원로 자문위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문 대통령은 “현재 미국과 북한은 회담에 대해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간극은 존재한다”며 “이를 좁히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터인데 앞으로 계속 이어질 다양한 양자, 다자 회담 시에도 원로 자문단 여러분의 경륜과 지혜를 널리 구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