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긴급구조 정밀측위 기술에 대한 소고
by강민구 기자
2025.02.26 16:42:13
글: 문희찬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hcmoon@hanyang.ac.kr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8살 어린이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교사들은 한 시간 동안 살해당한 어린이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만일 조금만 더 일찍 살해당한 어린이를 발견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문희찬 한양대 교수.(사진=한양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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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재해, 범죄의 상황에서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구조대상자를 골든타임 내에 찾을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구조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이 사건 뿐 아니라,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많은 안타까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2022년 1월 광주 아파트 붕괴사건, 같은 해 8월 울산 신변보호 대상자 살인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왜 이렇게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의 위치 기능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신호를 바탕으로 동작한다. 위성이 먼 거리에 존재하므로, 지상에 도착하면 GPS 신호의 세기가 매우 작아지고, 건물 내부에서는 수신이 어려워져, 정확한 위치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와이파이 신호를 바탕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대안을 사용하지만, 여러 가지 기술적, 상황에 의해 잘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휴대폰은 긴급구조 상황에서 위치 파악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살인 사건 발생 후, 대전서부경찰서장은 “어떤 위치를 파악하는 어떤 기술적인 한계로 저희들이 약간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이해를 해주시면.....”라는 인터뷰를 한 것일 것이다. 또한, 많은 학부모가 자녀 위치추적 앱에 관심을 가지지만, 이 또한 정확한 위치 파악 기술적 한계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내 연구진이 통화가 가능한 모든 휴대폰에 대해 실내·실외를 가리지 않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인 HELPS(Hyper-Enhanced Local Positioning System)를 개발해 성능을 검증했다.
HELPS는 기지국에서 구조대상자의 휴대폰에 신호를 전송하도록 명령해 휴대폰이 기지국으로 신호를 전송하게 한다. 이후 구조대원이 휴대용 측정기로 그 신호를 측정해 휴대폰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기술이다.
HELPS는 약 90억원의 정부예산(경찰청)으로 개발됐다. HELPS의 성능 검증 결과, 아파트 또는 빌딩 내부에 있는 휴대폰의 정확한 층과 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됐다.(HELPS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하는 위치정보 산업 동향보고서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IEEE wireless communications에 기술혁신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HELPS가 현장에 적용된다면, 긴급구조 상황에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HELPS는 언제 일상에서 활용이 가능한 것일까? HELPS를 상용 서비스하려면, 기지국의 소프트웨어를 변경해 구조대상자의 휴대폰이 신호를 전송하도록 명령하게 하는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
국내 기지국을 개발하는 한 대기업은 HELPS를 지원하는 기지국 소프트웨어 구현 가능성을 검토했다. 기지국 소프트웨어 개발 가능하다는 결론과 함께 필요한 개발비를 정부 관련부서에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확보가 어렵다’, ‘단시간에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적용 시 이동통신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추가 개발을 보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 90억원을 들여 개발한 중요한 결과물을 공중에 날리겠다는 것인가?
긴급구조 상황이 발생해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일을 반복할 것인가?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