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참사 겪은 홍콩…안전한 핼러윈 즐겼다

by이성민 기자
2022.10.31 17:36:48

21명 사망한 압사사고 후 안전대책 마련
일방통행 설정·우회로 안내 등 사고 예방
시민 "홍콩 경찰 안전대책 신뢰, 걱정 안해"

[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현지시간), 홍콩 최대 번화가 란콰이퐁에는 핼러윈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29년 전 란콰이퐁에서 21명이 압사한 사고가 터진 이후 경찰 당국이 수립한 안전대책이 철저하게 지켜졌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찰의 철저한 안전대책 수립으로 이날 란콰이퐁 거리의 핼로윈 축제에서는이태원의 참사 소식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홍콩 최대 번화가 란콰이퐁에서 홍콩 시민들이 코스튬(특별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채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 (사진=AFP통신)
앞서 홍콩은 지난 1993년 새해 전야를 맞이해 란콰이퐁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21명이 압사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홍콩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파가 몰릴 때를 대비한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란콰이퐁에선 지역 일부 도로를 폐쇄하고 곳곳에 일방통행 안내 표시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또 응급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비상로도 확보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자 경찰들은 란콰이퐁으로 향하는 우회로를 안내하고, 란콰이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을 15∼20분 간격으로 통제했다. 또한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란콰이퐁으로 모이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거리 축제에 참가한 레이첼 드 라 라가씨는 SCMP에 “서울에서 벌어진 비극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며 “홍콩 경찰은 매우 조직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문제에 대처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도 이날 안전대책과 관련해 “서울 참사 이후 취한 특별한 조치가 아닌 매년 실행해 오던 인파 통제 매뉴얼”이라며 “우리는 매뉴얼을 통해 수년간 린콰이퐁의 인파에 대응해 왔다”고 전했다.

란콰이퐁 상인 협회장 앨런 제만은 “경찰이 1993년 이 지역의 비극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며 “경찰들이 인파 통제 매뉴얼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