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미풍에 그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GO? STOP?
by유준하 기자
2021.07.15 23:40:27
선봉장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전화 인터뷰
정 대표 “정치 입문? 개인 투자자 권익 보호하기에도 벅차”
이날 시범 개진 후 내달 15일 본격 운동 개시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우리가 일제로부터 압박을 받았듯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 세력에 의한 억압을 받는 가운데 광복절을 맞이하여 그런 억압에서의 탈출, 해방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사진=정의정 대표 제공) |
|
15일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결연에 찬 목소리로 ‘K스톱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으로 불리는 K스톱 운동, 그 성공 여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투연 측은 이날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공매도 데일리 브리프’의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 종목 중 의견이 모인 종목에서 ‘4주, 44주, 444주’를 구입하는 운동을 벌였다.
한투연 측은 “‘4, 44, 444운동’은 ‘함께 사자, 함께 사~알자’라는 우리의 처절한 절규인 동시에 악성 공매도가 사라지는 시작점이 될 것임을 뜻한다”면서 “‘K스톱 공매도 파산’ 운동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합법적 행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종목을 지목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한투연이 특정 종목을 거론하거나 매수를 강권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거대 금융기관들이 대거 공매도한 종목을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공매도 세력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개미의 반란’이 일어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츠베츠’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공유하고 사들이는 식이었다. 대표적 타깃 종목이었던 게임스톱 주가는 1월 한달간 1600% 가량 상승했다.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잔고가 높은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면서 제2, 제3의 게임스톱이 양산됐다.
정 대표는 “공매도 세력들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받던 환경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라면서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민이 일제로부터 압박을 받았듯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억압을 받았던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광복절을 맞이해 그런 압박에서의 탈출, 해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연이 공매도에 대한 반대 행동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는 성명서를 통해 공매도 제도 시스템 개혁을 요구했다. 지난 2일부터는 2월 운행했던 공매도 개혁 버스를 재운행하고 오는 8월 광복절, 공매도에 저항하는 ‘K스톱 운동’을 본격 진행할 방침이다.
공매도는 코로나10 팬데믹 이후 증시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했고, 1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급반등하면서 3000선을 넘자 개인투자자들은 그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금지를 지목했다. 때문에 공매도 영구 폐지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로 인해 고평가된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고,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는 만큼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폐지론과 재개론 사이에서 금융당국은 부분 재개를 택해 현재 코스피200종목과 코스닥150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한 상태다.
정 대표는 ‘K스톱 운동’에 대해 공매도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제도가 가진 헛점과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여건을 꼬집었다. 그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교과서에만 있는 개념”이라며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매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게 아니라 공매도 의무 상환 기간을 개인과 외국인 기관 모두 60일로 통일하고 담보비율 역시 140%로 통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스톱운동’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지에 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중론이다. 한투연 내에서도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데다가 이날은 시범 실시 차원으로 가용금액 10% 내에서 사용하자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상 미국처럼 대규모 행동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날 K스톱 운동의 타깃이 된 에이치엘비 주가는 요동쳤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이치엘비(028300)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54%(1950원) 오른 3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 중인 오후 2시쯤 4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전날 대비 22.1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약속된 오후 3시가 되자 출하 물량이 쏟아지더니 상승폭을 반납, 5.54% 상승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스톱 운동이 미국에서처럼 단순히 거대 금융기관에 맞서 적정가치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자는 차원으로 흐르면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게임스톱도 연초 10달러대에서 325달러로 수직상승했지만 한달도 안돼 40달러대로 다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빚 내서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쪽박을 차기도 했다.
다만 공매도 논란과 별개로 한투연의 이같은 운동을 두고 동학개미,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식투자인구 1000만명 시대에 동학개미들은 갈수록 목소리를 높여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변경 취소, 공모주 균등배정제 도입 등을 이끌어냈다.
정 대표는 “한투연을 설립한 건 개인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미국 같은 경우 1978년도에 설립된 전미 개인투자자 단체가 있지만 한국은 극소수로 모일 뿐 어느정도 규모를 가진 단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18년 당시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이 있었고 뭔가 소액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2019년 10월에 창립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