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美 장단기 금리차, 4년 만에 최대…경기회복 Vs 인플레 공포

by최정희 기자
2021.02.10 19:30:00

美 2년물·10년물 금리차 1.08%포인트로 확대
바이든 대규모 부양책, 의회 통과 가능성
국제유가, 넉 달째 상승..인플레 자극 전망
경기 회복과 인플레 우려 사이에서 줄다리기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를 반영하는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와 단기 채권 금리 격차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경기 선행지표로 경기가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10%대를 기록,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등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어서다.

다만 경기회복기에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이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파이터(Fighter)’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신의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인플레이션은 걱정 말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선뜻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전 세계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이달에만 11% 오르는 등 넉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간 금리차(스프레드·Spread)는 8일(현지시간) 1.08%포인트로 2017년 4월 11일(1.08%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9일 0.823%포인트로 2019년말(0.323%)보다 확대됐다.

단기 금리는 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반영하고 장기 금리는 경기를 반영하는데 단기 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금리 상승이 장단기 금리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바이든 부양책이 공화당 동의 없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 부양, 물가 상승 기대감이 장기 금리에 반영된 결과다. 미국 30년물 금리는 8일 장중 2%까지 올라 중요한 분기점을 넘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30년물 금리가 중요한 기술적 수준을 넘어섰다”며 “금리 전망치가 2.44%에서 2.47%까지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만큼 주식 등 위험자산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0년물 금리가 장중 2%를 넘어선 이날에도 3대 뉴욕증시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소식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4만8000달러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간 무려 40% 넘게 상승한 것이다.

은행주에도 긍정적이다. 예금은 단기 금리에, 대출은 장기 금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경우 예대금리차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1.78%포인트를 기록했는데 12월엔 1.84%포인트로 확대됐고 올 들어서도 추가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주요 은행주들의 주가가 석 달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관건은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나타나는 주된 요인인 경기 부양책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과도하다”며 “우리가 본 적 없는 종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위험”이라면서도 “만일 그런 위험이 현실화한다면 국가는 이에 대처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규모 부양책으로 내년 완전 고용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엇갈린 기대 속에 시장은 좀 더 래리 서머스의 의견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만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22%로 2014년 8월 13일(2.23%)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런 기대감들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어느 정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일 배럴당 58.36달러까지 올라 이달 들어서만 11.80% 올랐고 작년 11월 이후 넉 달 연속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러자 연준 인사들은 물가가 오르더라도 지금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 우려에도 여전히 (경기 부양)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이 작년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인플레이션이 연 2%를 넘더라도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이를 용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에 쏟아부었던 돈들이 자산 가격,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 물가상승률이 혹여나 목표치인 2%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즉각 테이퍼링 텐트럼(Tapering Tentrum·긴축 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자주 싸워봐서 잘 안다는 옐런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올 한 해를 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며 “국제유가가 100달러에서 20달러로 폭락하고 집값이 동반 하락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과 지금은 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