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이 매매한 안성쉼터 '부동산 사기' 였을까?
by김용운 기자
2020.05.27 18:33:43
배임혐의 의혹 '안성쉼터' 관련 현장 체크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 후 시세보다 싸게 매도 의혹 불거져
아파트와 다른 전원주택 부동산시장 특성 감안해야
전원주택 시장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매입한 것이 불씨
[안성=이데일리 글·사진 김용운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대표와 위안부 피해자로 정의연과 함께 인권운동을 해온 이용수 할머니와의 갈등이 지난 25일 이 할머니의 두 번째 기자회견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정의연이 2013년 9월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닌 집’이란 이름으로 운영한 안성시 금광면 삼중리 전원주택(안성쉼터). 정의연은 지난 4월에 매수가 7억5000만원보다 3억2000만원이 떨어진 4억2000만원에 매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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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논란이 확산한 데에는 지난 2013년 9월 7억5000만원에 사서 올해 4월 판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전원주택(안성쉼터)이 크게 작용했다. 7년 만에 3억2000만원을 손해 보고 파는 과정에서 윤 대표의 배임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안성의 전원주택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힐링센터로 운영하기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고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해명했다.
배임 의혹은 당국의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단독주택을 기반으로 한 전원주택 부동산 시장의 특성은 자칫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그간 안성쉼터 관련 의혹과 정의연의 해명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부동산 거래’ 관점에서 쟁점 사안을 확인했다.
정의연의 안성쉼터 논란의 시작은 매입 당시 주변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보도에서 불거졌다. 즉 윤 당선인이 집주인과 짜고 시세보다 주택을 비싸게 사서 그 차액을 개인적으로 가져갔다던가 혹은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 2014년 4월 안성쉼터에서 1km 떨어진 동네에서 매매가 된 단독주택(대지 843㎡ 연면적 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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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근거 중 하나가 2014년 4월 안성쉼터에서 1km떨어진 동네에서 비슷한 면적의 비슷한 규모의 단독주택(2011년 건축)이 2억원에 팔렸다는 언론 보도였다. 국토부실거래가 사이트와 현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해당 단독주택(대지 843㎡ 연면적 65.1㎡)은 산을 깎아 토지를 조성한 안성쉼터와 달리 논 가운데 있는 농가주택으로 안성쉼터와 시세를 비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건축물대장상 안성쉼터는 부지 800㎡(242평), 연면적 195㎡(59평)에 스틸하우스 구조로 2011년 지어졌다. 매수 당시 이 지역 공시지가는 ㎡당 5만5600원으로 현실화율 등을 고려해 시세를 공시지가의 2배로 치면 땅값은 약 1억원 수준이다. 비싸게 샀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아무리 좋은 자재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3.3㎡ 당 400만원선이면 충분히 집을 지을 수 있다”며 “여기에 조경 등 추가비용을 1억원으로 계산해도 4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 안성쉼터 내 마당. 계곡물을 끌어와 조성한 연못이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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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안성쉼터를 정의연에 매도한 김모 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용보험료 산정을 위해 개인직영건축공사에서 고시하는 ‘용도별 구조별 표준단가’를 근거로 스틸하우스 건축의 표준인건비만 평당 300만원이 넘는다고 이를 반박했다. 김씨는 본인의 거주목적으로 최고급 자재를 이용해 최소 3.3㎡ 당 600~700만원을 들여 건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공사기간도 부지매입부터 완공까지 4년이 걸렸다며 그간에 들인 비용을 포함하면 시세보다 오히려 싸게 팔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건축물대장과 달리 정의연이 해명한 실건축 규모는 264.25㎡(80평)이다. 방 6개, 화장실 4개, 주방과 거실 및 다용도실 등이 있고 마당에는 계곡물을 끌어와 자연석 등으로 조경한 연못도 있다. 즉 안성쉼터의 건축공사비 진실은 수사기관에서 밝힐 사안으로 보인다.
정의연은 안성쉼터를 올해 4월에 팔았다. 정의연은 매입한 뒤 취득세 3500만원을 비롯해 가스공사와 보안설비, 인테리어 및 컨테이너 설치 등의 비용으로 1억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따르면 각종 시설운용비 증가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및 재교육장으로 활용하려던 설립 취지를 이어가기 어려워 2016년부터 5억원 후반대에 매도를 시도했지만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기 위해 국토부실거래가를 확인해본 결과 안성쉼터 바로 윗쪽의 주택(대지 1107㎡·연면적 188.1㎡ 2층 일반목구조)이 2016년 8월에 5억원에 팔렸다. 첫 거래여서 손익을 알 수 없었다. 현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5억원에 팔린 전원주택은 금광면 상중리 언덕가 전원주택 단지에서 가장 마당이 넓은 주택이었다.
| 2016년 8월에 5억원에 매매가 된 안성쉼터 뒷편 단독주택(대지 1107㎡·연면적 188.1㎡ 2층 일반목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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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자는 시세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금광면 일대에 화장시설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시세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화장시설 논의 대신 안성쉼터와 반경 5km 내외의 상중리 10번지에 수목장시설을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따라서 감가상각과 매수자 우위의 상황과 2016년 8월, 5억원에 팔렸던 윗집 시세 및 수목장 시설 악재를 고려했을 때 매도가 4억2000만원은 헐값에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의연은 2013년 상반기 쉼터조성 명목으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정기부를 받은 10억원으로 할머니들의 휴식 및 자체 사업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애초 마포구 성미산 주변에 단독주택을 매입하려 했지만 10억원으로 매입할 수 없어 서울 외 지역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일부 보도에서 당시 성미산 주변과 마포구에 10억원 미만의 단독주택 거래가 있었다고 하지만 정의연이 밝힌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은 집으로 추정한다. 서울 내 대지 990㎡이상의 20여명 정도가 숙박할 수 있는 집을 10억원의 가격으로 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강화도 8곳, 경기도 용인 4곳, 경기도 안성 5곳을 부동산 관계자들과 임장을 다녔고 이후 이사회를 개최해 답사한 부지 중 최종 선정된 3곳에 중 뒤 접근성과 공간성, 효율성, 친환경성, 공간활용성 등을 이유로 금광면의 집을 계약했다. 정의연이 선정한 3곳을 지도상으로 비교해보면 금광면의 전원주택이 그중에서는 조건에 부합해 보였다. 하지만 어디를 매입했더라도 관리와 운영상의 문제 및 감가상각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안성쉼터를 둘러싼 의혹은 전원주택 매매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교훈’을 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나 정의연에서 전원주택 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고 전원주택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매매를 한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그 불씨는 ‘10억원이란 거액을 기탁받은 뒤 다소 급한 마음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의연 활동가 혹은 윤 당선인의 기대치와 희망대로 힐링센터 조성을 서둘렀던 조바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이제와서 “송구하다” 했지만 뒤늦은 일이다.
그래서 도시를 벗어난 시골의 전원주택 매매는 무척 신중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정의연에서 힐링센터를 조성하려고 했을 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의혹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짙게 남는다.
| 정의연의 안성쉼터가 있던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전원주택 단지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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