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위험인수 속도조절 필요…8곳중 5곳 200% 밑돌아"

by김재은 기자
2019.03.26 18:27:13

한신평 26일 증권사 크레딧이슈 세미나
"삼성 KB 하나만 200% 넘어..200% 밑돌면 자본적정성 인정 어렵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대형 증권사들의 위험인수 등 리스크 확대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대형 증권사 8곳(하나금융투자 포함) 중 5곳이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조정영업순자본비율 20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를 웃돈 곳은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3곳에 불과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6일 `리스크 확대 속 증권사 대응능력 점검`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정부 대형화 정책에 힘입어 증권사가 양적 확대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형사들의 신용위험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위험 인수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그룹 1의 위험액 증가추이가 눈에 띄게 가파르다. (자료:한국신용평가)
김 선임연구원은 “과거 영업용순자본비율에서 변경된 자본 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상으로는 권고기준을 크게 웃돌아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실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위험액 증가는 2013년 이후 자본변동률보다 위험액 변동률이 빠르고 2017년 이후 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자기자본 3조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는 2013년 이후 자본 증가율은 47%에 그친 반면 위험액은 205%나 증가했다. 특히 총위험액 중 신용위험액은 2013년 3월 말 대비 지난해 9월 말 641%였지만, 2018년 말에는 81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체증권사의 신용위험액은 2013년 3월 1조1000억원에서 2018년 말 5조8000억원으로 5.4배 늘어나며 총위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35%로 확대됐다.

이같은 리스크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순자본비율 지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업계 평균 606%로 2016년 3월 이후 변동폭이 크지 않다. 초대형 증권사의 순자본비율 역시 1198%로 하락추세이긴 하지만 권고수준(500%)을 한참 웃돈다.

하지만 이를 과거 영업용순자본비율(NCR)로 변환하면 2014년 말 354%에서 지난해 9월 말 228%로 빠르게 하락했다.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경우 177%로 적기시정조치 기준(150%)에 근접했고, 일부 증권사는 이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순자본비율을 과거지표인 NCR로 환산시 추이. (자료:한국신용평가)
이 가운데 한신평은 증권사들의 대응능력 점검을 위해 금융위기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대응능력을 점검했다.

그 결과 증권사들의 자본대비 예상손실액은 평균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종합금융투자증권사는 30%로 가장 많았다. 자본완충력이 늘어난 것보다 위험값이 늘어난 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005940)과 신한금융투자가 자기자본의 36% 손실이 예상됐다. 한국투자증권(-35%), 메리츠종금증권(008560)(-33%), 미래에셋대우(006800)(-27%)·KB증권(-27%), 삼성증권(016360)(-17%) 순이었다.

김영훈 선임 연구원은 “NH와 한투는 36%, 35% 손실이 예상됐는데 발행어음을 하는 만큼 자기자본대비 레버리지가 13배까지 가능해 예상 손실액이 커질 수 있다”며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최근 1년 반~2년 사이 우발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며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우발부채 규모가 약 6조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가장 크지만 신용보강 수준이 우수해 실제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2020년 3월 종금업 라이센스 만료와 함께 사업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자료:한국신용평가
김 선임연구원은 “신용보강, LTV 정보 등 개별 약정, 대출 위험성 완화 내역을 반영하면 실제 위험은 감소할 것”이라며 “중소형사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만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선 강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변경된 지표인 순자본비율로는 증권사들의 자본적정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한신평은 조정영업순자본비율을 모니터링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대형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200%, 중형사(장외파생상품 매매가능 증권사)는 250% 수준이 가이드라인이다.

그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대형사의 예상손실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부 증권사는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지표 하락에 대응 중이나 근본적으로 위험인수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대형증권사의 조정지표가 200%이하 상태가 지속될 경우 대형사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