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과학…하나씩 밝혀지는 효능

by김형욱 기자
2018.11.27 18:44:49

농진청, 세계 최초로 김치 내 바실러스균 함량 수치화 성공
"몸에 좋은 유산균 섭취하려면 백김치 대신 고춧가루 김치"

김장김치.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예부터 김장김치가 맛있고 몸에 좋다는 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알고 먹는 사람은 흔치 않다. 최근 김장김치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하나씩 입증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정부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농진청)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 1㎖에 바실러스균이 100만마리 전후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밝혔다.

바실러스균은 장내 유해물질을 막아주는 좋은 균이다. 유산균의 일종이지만 일반 유산균보다 열과 산에 강해 장까지 살아서 이동한다. 청국장이나 된장, 낫또 등 발효식품에 많다는 걸 알려져 있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연구진은 균 유전체 정보를 종합 비교하는 방식으로 균의 생태 특성을 정량적으로 조사·검출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이 결과를 올 5월 국제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또 이 과정에서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에는 바실러스균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장 건강을 위해선 고춧가루 김치를 담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미 3년 전 배추김치 속 고춧가루가 유산균의 양을 결정한다는 걸 입증한 바 있다. 연구진이 일반 포기김치와 백김치를 똑같은 조건에서 발효한 결과 포기김치 내 항비만 효과가 있는 유산균 ‘바이셀라 코리엔시스’의 밀도가 1000배 이상 컸다. 항비만 효과가 있는 고춧가루가 항비만·항암·당뇨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특정 유산균의 개체 수를 규명한 건 처음이었다.

김장김치는 채소 자체의 장점에다 발효한 생식 식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으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생존력이 가능한 유산균이 풍부해 소화 증진, 피부질환 억제, 콜레스테롤 분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는 2013년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인가구·핵가족 증가와 더불어 김장을 담그는 가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김장 규모는 2000년 184만t에서 올해 110만t으로 3분의 1 가량 줄었다. 4인 가구 기준 김장 규모도 23.4포기로 지난해(24.4포기)보다 1포기 줄어들 전망이다.

농진청은 이 같은 김치 연구가 김치 세계화를 돕는 것은 물론 유산균 자원을 활용한 식품산업 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동석 농진청 유전체과 연구관은 “김치 등 전통식품에 있는 유산균의 생태 연구를 통해 가장 맛있게 발효되었을 때의 유산균 종류와 마릿수를 밝히는 생태 지도를 계속 만들 계획”이라며 “소비자 요구에 맞는 유용한 균의 양을 계량화해 관련 제품의 수출 확대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박동석 농촌진흥청 유전체과 연구관. 농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