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종전선언·비핵화 찍고 연락사무소까지?

by김영환 기자
2018.04.26 16:02:19

文대통령, 金위원장에 비핵화 담판 받아내야
비핵화 합의돼야 종전선언까지 이어질 수 있어
남북 교류 정례화 가능한 대표부·연락사무소도 추진될까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의 포진지가 닫혀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단연 비핵화다.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남북 정상이 만날 일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대1 단독 회담을 통해 추후 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약할 수 있는 비핵화의 단초를 이 자리에서 마련해야 한다.

비핵화에 포괄적 합의를 이룬다면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다음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긍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는 종전 선언에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남북 교류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대표부나 연락사무소 설치의 주춧돌까지도 내심 기대된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김 위원장의 의중이 최우선된다. 정부가 정상회담 합의문의 기초조차도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핵화 문제는 결국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담판식으로 확정지어야 할 숙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못박은 공동선언에 서명을 남기게 해야 한다.

분위기는 순조롭다. 김 위원장의 입을 빌리지 않았을 뿐 북한은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핵화를 말해왔고 행동으로 의지를 보였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나 중국 측에 비핵화를 언급했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로 선제적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 서로의 조건을 주고받는 ‘핑퐁 게임’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물론 비핵화 로드맵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이 첫 단추를 잘 꿰 얼개를 그려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일단 좋은 시작을 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보며 남북 간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가 전제된다면 남북은 현재 한반도 안보지형을 좌우하고 있는 정전 협정에 손을 댈 수 있다. 남북이 우선 종전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남·북·미가 이를 재확인하고 중국 등 국제 사회의 추인을 받는다면 65년의 정전 상태가 일단락된다.

김 위원장을 보좌할 9인의 수행원에서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여망이 짐작된다. 북한은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을 수행원에 포함했고 우리도 이에 호응하기 위해 송영무 국방장관 외에 정경두 합참의장을 배석시키기로 했다. 리 총참모장과 정 합참의장이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할수 없을지라도 정상간 논의의 맥을 짚고 확인하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의 뜻을 이어받아 추후 군사 당국자 회담이 열리면 더욱 큰 합의에도 이를 여지가 생겼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 수행단에 군의 핵심 책임자와 외교라인이 들어있다”며 “군 핵심자가 참여한 것은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다루기 위해 포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및 종전 선언은 물론, 북측의 모라토리움 선언까지 사전에 밝혀지면서 보다 높은 차원의 ‘깜짝 합의’도 기대된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선물이 나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남북간 상설 협의·연락 사무소의 설치가 전격적으로 합의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판문점 연락사무소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평양과 서울에 남북간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를 설립한다면 낮은 단계의 외교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더욱이 북미 수교를 바라고 있는 북한에 미국측 연락사무소의 개소에 앞선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상설 회의체 성격의 남북 공동위원회 설치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군사·경제 등 분야별로 구성·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에 합의가 된다면 남북 정상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정상회담 정례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 방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를 결단하지 못했다.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오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