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설 잠재우려면 미래 전략부터 내놓아라"
by이배운 기자
2025.12.04 16:42:27
직영 서비스센터 9곳 폐쇄조치에 ''철수설'' 재점화
노조 ''한국GM 지속가능 발전방안 토론회'' 개최
"내수 약화 의도적인듯…투자·신차 없이 신뢰 못해"
"20만 고용 생태계 붕괴 위기…정부 적극 나서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이 최근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을 폐쇄하면서 국내 철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경영 효율화 조치일 뿐이라며 ‘철수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노조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내수 기반을 약화시켜 철수 명분을 쌓거나 투자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 |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철수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한국GM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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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철수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한국GM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한국GM이 이미 국내 사업 축소와 철수 시나리오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민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자문위원은 “최근 3년간 한국GM의 영업이익은 3조원, 순이익은 5조원을 넘겼지만 국내 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본사 이익은 확대되는 반면 생산·연구·판매 기반 투자는 미뤄지고 있어 국내 사업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내수 전략 부재도 철수설 확산 배경으로 지목됐다. 오 자문위원은 “한국GM 내수 점유율은 조만간 1%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한국 공장에서 생산 중인 뷰익 엔비스타조차 국내에 판매하지 않았고, GMC 브랜드 역시 전략 없이 들여왔다”고 짚었다.
이어 “내수 악화가 심화될 수록 정부와 노조는 2028년 GM과의 투자 유지 협상에서 방어 카드가 약해진다”며 “한국GM은 철수설을 협상 주도권 확보 수단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비스센터 폐쇄는 과거 GM의 해외 철수 패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영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도위원은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와 연구개발 법인 분리 등 지난 10여년 동안 핵심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며 “직영 서비스망 축소도 같은 흐름이다. 정비망이 약화되면 소비자 신뢰가 붕괴되고 내수가 줄어들며 결국 구조조정 명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 | 지난달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쉐보레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전국 직영 정비센터 매각 반대 시위를 하고있다. (사진=한국GM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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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철수 시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GM은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물류·정비·부품 공급망까지 포함한 약 20만 명 규모의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단순 공장 폐쇄를 넘어 지역 붕괴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한국GM 철수는 부품·판매·정비업계 등 가치사슬 전반의 붕괴와 함께 연쇄 도산과 지역경제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국자본이 최대 이익을 챙긴 뒤 시장을 떠나는 방식에 대한 최악의 전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한국GM이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면 명확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생산 유지, 전동화 모델 확보, 신차 배정, 내수 정상화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이행 일정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장과 산업계의 뿌리깊은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 자문위원은 “GM과 산은 간 투자 협약 종료 시점이 다가온 만큼 정부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협상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사업 지속 조건과 고용 유지 기준, 투자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GM 관련 정책 판단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컨트롤 타워를 맡아 당정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한국GM의 잔류·철수 양쪽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위원은 “지자체 역시 기업 유치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 개입해 산업 생태계 보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적 자금과 각종 혜택이 제공된 뒤 기업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방식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