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돌풍..엇갈리는 국내외 시각

by노희준 기자
2017.08.08 20:09:0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카카오뱅크 돌풍을 두고 국내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통 시중은행의 여수신 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전통 은행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 출범과 관련, “유리한 금리 조건, 저렴한 해외거래 수수료(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 소셜플랫폼인 카카오톡과의 연계성 등이 차별화 요소”라고 소개했다.

HSBC는 이어 “카카오뱅크는 국내 4200만명이 사용 중인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라며 “우선적으로는 제2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며 전통적 은행들의 여수신 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의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의 고객은 서비스 수준이나 브랜드 신뢰보다는 금리 등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건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하는 ‘히트앤런’ 고객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정부의 금리 인상 정책이 단행될 경우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통 은행의 반격도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가 빠른 고객을 유치하면서 IT 사업자에 대한 전통 은행의 견제가 시작됐다”며 “전통 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거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며 서비스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증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내외 시각이 일치했다. HSBC는 “현 자본규모 하에서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3조2000억(시중은행 무담보 소비자대출의 1.7%)으로 제한돼 수익창출 잠재력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자본투입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지적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향후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의 규모가 큰 대출을 취급하고 BIS비율 8%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증자가 필요하다”며 “카카오와 KT가 대주주가 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투자의 명분이 약해지고 두 기업이 이탈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에 따라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까지만 보유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되 5년마다 재심사 받게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안 등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법안 처리는 지연 중이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출범 13일만에 계좌수 200만좌를 넘겼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오후 2시 현재 신규 계좌개설 건수가 203만좌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3일만의 성과다. 여수신도 합해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