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9]총선 얼굴 없는 더민주, 문재인 손학규 대안론

by선상원 기자
2016.03.25 18:47:21

경제선거 규정한 김종인 대표, 선거운동 진두지휘 힘들어
부위원장 김진표 진영 지역구에 묶여, 문재인 손학규 거론
백의종군 문재인, 뒤에서 수도권 후보단일화 지원 나설 듯
강진칩거 손학규 등판론 나와, 더민주만 돕는 건 어려울 듯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당 내홍 사태를 수습한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광주에서 선거대책위를 출범시켜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고민에 빠졌다. 이번 총선을 경제선거로 규정하고 경제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할 중량감있는 인물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집권 8년을 ‘잃어버린 경제 8년’이라며 경제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20대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을 분명히했다.

이날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국민은 IMF 위기 이후 가장 큰 시련을 맞고 있다”며 “불평등과 위기를 심화시키는 낡은 경제의 틀도,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무능도, 책임을 국민과 야당에게 전가하는 무책임도 모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경제선거로 규정한 더민주는 이미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과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진표 전 의원을 임명했다. 경제와 복지전문가를 선대위에 배치해 대안정당 수권정당의 모습을 각인시키며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선거구도를 경제심판론으로 잡아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경제복지 공약을 이슈화한다고 해도 선거운동은 전국 각 지역구에서 벌어진다. 전국을 돌며 후보들을 지원할 당의 간판 얼굴이 있어야 한다. 부위원장인 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가 있어 전국 지원유세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 대중적 인기가 있는 인물도 아니다. 박영선 우윤근 변재일 이용섭 표창원 비대위원이나 선대위원들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 보완 선대위원장 필요, 문재인 후보단일화 도우며 보폭 넓혀 = 결국 김 대표가 당의 얼굴로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김 대표가 선거유세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고 국민들에게 대선주자로 인정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경제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경제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김 대표의 전략은 적절해보이지만 후보들을 지원하고 선거를 이끌며 후보단일화를 중재할 수 있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김 대표를 보완할 수 있는 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표직 사퇴 후 경남 양산에 머무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나설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울산과 창원의 야권후보 단일화 산파역을 맡는가 하면 부산과 강원도 등의 험지에 나선 후보들을 돕고 있다. 다만 호남 민심이 아직도 우호적이지 않다. 전국적 지원유세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



문 전 대표는 25일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들은 적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고 당의 대주주인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후보들의 요청에 따라 지원유세를 다닐 수도 있고 야권연대 후보단일화 작업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의석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실패하면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 만약 과반 의석 저지는 고사하고 야권분열로 170~180석이나 개헌선까지 내주면 대선에 대한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현 일여다야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면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야권은 공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5% 이내의 박빙승부가 벌어졌던 선거구만 29곳에 달했다. 문 전 대표 측근은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다닐 텐데, 막혀있는 후보단일화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도권 후보단일화를 돕는 것을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종인·손학규 인연 눈길, 김종인 호남방문 때 강진 찾을 수도 = 정계은퇴 후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도 있다. 호남과 수도권 민심을 아우를 수 있고 중도개혁적 성향이라 제격이다. 김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같이 서강대 교수를 했고 14대 국회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다. 또 김 대표가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초청 연사로 나서 강연을 했던 적도 있다. 김 대표 측도 이런 인연을 고리로 직간접적으로 손 전 대표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에 정치권 새 판짜기를 언급하며 정계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던 손 전 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은 “(강진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 자기 사람들이 모두 있는데, 더민주에 가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어렵다”며 “중간자 입장에서 (후보단일화 등을) 돕는 것은 몰라도,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현재 손 전 대표는 더민주 당원 신분을 유지중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과 함께 김 대표가 첫 지방 일정으로 26~27일까지 호남을 방문한다. 손 전 대표가 있는 강진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민주 관계자는 “짜 놓은 (김 대표의) 일정 중에 그런 계획은 없다. 들어갈 수 있는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