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열 “탈춤이 필요한 곳에서, 언제나 탈춤출 것”[제11회 이데일리문화대상]
by윤기백 기자
2024.10.25 20:18:19
무용부문 최우수작 ‘허창열의 탈, 굿’
허창열 “탈춤·탈춤공연으로 상 받아 기뻐”
황민왕 "박수 갈아 넣을 관객 기다릴 것"
| 허창열 고성오광대 이수자(오른쪽)와 황민왕 남해안별신굿 이수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무용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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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앞으로도 꾸준하게 탈춤이 필요한 곳에서 탈춤 추는 허창열로 살아가겠습니다.”
‘허창열의 탈, 굿’을 연출한 고성오광대 이수자이자 천하제일탈공작소 허창열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무대에 오른 허 대표는 “이렇게 생각지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탈춤으로, 탈춤공연으로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근본이자 뿌리인 고성오광대보존회 인간문화재 이윤석 선생님과 보존회 식구들, 전통연희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준 연희집단 The광대 식구들, 탈춤을 함께 추고 탈춤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천하제일탈공작소 식구들 그리고 제가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 여기 계신 황민왕 음악감독님, 마지막으로 늘 저를 응원해주는 저의 아내와 딸 지우에게 감사한 마음 전한다”고 영광을 돌렸다.
| 허창열 고성오광대 이수자(오른쪽)와 황민왕 남해안별신굿 이수자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무용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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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무대에 오른 황민왕 음악감독은 “수년 전 공연을 만들다가 무용수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탈춤은 무용이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었다”며 “‘왜 무용이 아니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수상으로 무용인이 됐다. 이 땅에 탈춤 추는 모든 분께 축하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제작하면서 인문학적인 용어로 ‘갈아넣는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허창열은 춤 추면서 무릎을 갈고, 저는 장구를 치면서 손목을 갈아넣고 있다”며 “저희도 열심히 갈아넣고 있지만, 박수소리를 함께 갈아넣을 관객분들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허창열의 첫 개인 발표회 ‘탈, 굿’(2024년 8월 1일, 한국문화의집)은 탈춤과 소리, 음악이 주는 다양한 울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진도다시래기꾼 강민수, 남해안별신굿 이수자 황민왕, 강릉단오굿 무녀 박혜미 등 그간 탈꾼으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판의 인연을 한자리에 모아 신명 나는 춤판을 벌였다.
고성오광대는 흥미 있는 서사로 해학적이면서 서민의 삶과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춤이다. 경상도 춤의 배김새와 어깨 짓이 자유로운 굿거리장단의 ‘흥과 신명’이 백미다. 허창열은 기존 과장의 순서를 바꿔 놓는 재구성으로 관객들의 평심을 흔들어 놨다. 그중 처연함의 미학이 깃든 ‘문둥북춤’은 특유의 촘촘하고 먹먹한 춤사위로 깊은 감흥을 선사했다. 서민의 마음을 대변했던 탈춤이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교감의 춤판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탈춤도 우리의 오래된 전통춤이다”를 목청 높여 부르짖는 중견 전통 탈춤꾼 허창열의 열정과 패기를 주목했다. 심사위원단은 “마당춤이 주는 자유로움과 동시대적 감성을 불러일으켰다”며 “가무악 공연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