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울증 이제 집에서 '전자약'으로 치료하세요"
by노희준 기자
2020.11.26 17:19:48
'미래약' 전자약 개발업체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
뇌 등에 전기자극 주는 소형기기, 착용만하면 치료
최근 우울증 전자약 허가 신청, 내년 상용화 기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내년 1분기면 국내 허가가 예상됩니다. 이제 우울증을 집에서 ‘전자약’(electroceuticals)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우울증 치료제 전자약 ‘마인드’(MINDD)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의 포부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을 합친 말이다. 주로 뇌와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서 중추신경계 질환(CNS)등을 치료한다. 형태는 주로 자극을 가할 신경이 있는 이마(뇌)나 목, 팔뚝 등에 부착하는 형태를 띤다. 게임과 앱 등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규제상 의료기기로 분류되나, 알약과 주사제 중심의 기존 의약품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미래약’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기원 대표는 26일 이데일리와 만나 “전자약은 기존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데다 FDA 허가를 받은 칼라헬스(calahealth)의 파킨슨병 손떨림 억제 치료제 트리오(trio)를 비롯해 미국에선 많이 상용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행동 패턴을 고치려는 환자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자약은 기기를 착용만 하면 돼 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2016년 19조원에서 2021년 29조원으로 연평균 8% 불어날 전망이다.
전자약은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주목받았다. FDA가 뉴저지주의 일렉트로코어(electroCore)사가 개발한 미주신경(迷走神經) 자극기인 ‘감마코어 사파이어’를 코로나 환자의 호흡 장애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미주신경은 뇌와 인체의 모든 장기 사이를 오가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다. 이 기기를 코로나19 환자 목에 대면 쇄골 안쪽에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호흡 장애를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와이브레인은 최근 우울증 치료 전자약에 대한 국내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이기원 대표는 “우울증 자체가 빠르고 늘고 있지만, 치료 자체가 어렵고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며 “세계 최초로 집에서 많은 환자가 쓸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출시하는 전자약 마인드가 기존 치료제를 대체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이브레인과 유사한 기존 ‘경두개직류자극기’는 뇌부위에 비슷하게 자극을 줘 우울증을 치료한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병원에서만 사용해야만 한다. 반면 와이브레인 제품은 집에서도 쓸 수 있다.
이기원 대표는 “마인드는 경두개직류자극기를 소형화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사용 여부를 체크할 수 있고 약의 오남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우울증 약은 복용 여부와 과다 복용 등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인드는 처방 시간에 따라서만 전원이 들어오고 사용 여부가 기기에 기록됐다.
와이브레인은 이기원 대표 등 KAIST 석박사 출신이 주축을 이뤄 설립했다. 이기원 대표는 신소재공학과에서 기기 소형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전기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13년에 창업했다. 그는 “뇌공학자와 디바이스 소형화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다”며 “자극기기를 반창고처럼 소형화해 ‘마음을 치료하는 반창고’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레인은 지난 8월 이마(전두엽)에 붙이는 편두통 치료기 전자약 ‘두팡’을 이미 국내에 출시했다. 현재 두팡의 미국 FDA 허가도 진행중이다. 또한 경도 치매 치료에 쓸 수 있는 전자약 개발을 위한 ‘임상 3상’(확증임상)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극성장애(조울증)와 불면증, 뇌졸중, 조현병 등의 치료에 쓸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이기원 대표는 “국내 정신과에서 마인드의 점유율 30%이상을 달성해 (정신과 치료의) 메인스트림(주류)이 되고 싶다”며 “전자약에서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