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표주자 삼성 역할론"에…李 "가치창출로 일자리 만들 것"

by안승찬 기자
2018.08.06 20:20:37

우여곡절 속 김동연 부총리, 삼성 평택캠퍼스서 이재용 부회장 만나
김 부총리, 삼성 진정성에 만족감
"기업에 투자·고용 종용 않겠다"
삼성, 준비한 투가졔획 발표 미뤄
재계, 삼성 거부감 해소 계기된 듯

[이데일리 안승찬 최훈길 기자] “일자리가 늘어나면 광화문 앞에서 춤이라도 추겠습니다.” 6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반도체공장)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김 부총리의 첫 삼성 방문을 두고 일각에서 일자리와 투자를 ‘구걸’하는 것이란 논란이 일었지만, 이날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 부총리는 보란듯 삼성에 덕담을 건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김 부총리를 깍듯이 맞았다.

김 부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삼성은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라면서 “우리 경제는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대표주자인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폭염에 비가) 많이 내렸다. 좋은 징조 같다. 바쁘신 일정에서도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김 부총리를 맞았다. 이 부회장과 면담한 김 부총리는 “삼성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굉장히 구체적인 사업 계획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김 부총리는 마음이 급하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일자리 목표는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수정했다. 경제 상황은 자꾸만 꼬인다. 일자리가 늘면 춤이라도 추겠다는 김 부총리의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물론 김 부총리도 구걸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그는 “어떤 기업에도 직접적으로 투자나 고용을 종용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준비했던 투자와 고용 계획 발표를 미뤘다.

구걸 논란의 밑바닥에는 삼성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묘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아예 ‘삼성포비아(삼성에 대한 공포증)’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삼성을 일단 꺼리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면이 달라졌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까지 삼성을 방문했다는 건 삼성과 정부간의 관계 설정이 새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기업을 만나서 투자와 일자리를 독려하는 걸 ‘구걸’로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정부 내의 삼성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해소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