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주가 14배 띄웠다…‘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징역 15년 (종합)

by이민하 기자
2026.09.30 15:38:26

벌금 3973억원·추징금 1324억원도
조직적 시세조종…주가 약 1년 새 14배
재판부, 인력·계좌·자금 관리한 총책 판단
금감원 추가 수집 자료는 증거능력 배제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2023년 10월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영풍제지 주가를 약 1년 사이 14배가량 끌어올린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이모 씨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인력과 자금을 모집하고 계좌를 관리하며 범행을 총괄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영장 없이 수집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공소사실에 적힌 부당이득 중 일부만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 등 24명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을 주도한 이 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1324억원을 추징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또한 함께 기소된 윤모 씨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973억원이 선고됐다.

계좌 444개 동원…주가 14배 띄운 조직적 범행

영풍제지 주가조작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조직원 20여명을 동원해 이뤄진 사건이다. 이 씨 일당은 다수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가 설명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범행에 동원된 계좌는 444개, 시세조종 주문은 23만여차례에 이른다. 검찰은 이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을 약 7898억원으로 봤다.

범행 기간 영풍제지 주가는 3000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약 14배 상승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봤고, 미수거래에 따른 증권사 손실로도 이어졌다. 이 씨는 영풍제지와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실사주로 지목된 공모 씨와 함께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혔다. 검찰은 별도로 재판을 받은 공 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조3694억원, 추징금 113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주가조작 전반을 기획하고 주도한 책임을 무겁게 봤다. 필요에 따라 인력을 모집해 역할을 나누고, 범행에 사용할 계좌와 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관리했다는 판단이다. 공범들이 미수거래를 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얻으려다 범행 규모가 커졌다는 이 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 역시 이런 거래를 이용하고 관리한 만큼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가조작이 정상적인 주가 형성을 방해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차익을 개인적으로 챙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판단했다.



영장 없이 모은 자료 배제…부당이득 1324억원 인정

다만 부당이득 규모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약 7898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2023년 10월 4일 이후 금감원이 검찰 요청에 따라 영장 없이 확보한 금융거래 자료 등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판단했다. 금감원의 조사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범죄 수사의 일환이어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지켜야 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적법한 증거로 확인되는 2022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8월 18일까지 일부 계좌의 실현이익을 토대로 부당이득을 약 1324억원으로 산정했다. 주가조작 범행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을 입증하는 자료의 범위는 제한한 것이다.

주식을 팔아 얻은 돈을 다시 주식 매수에 사용했으므로 실제 이익이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차익을 실현한 이상 이익은 발생했으며, 이를 다시 범행에 사용한 것은 이익을 처분하는 방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영풍제지 실경영자도 징역 3년…벌금 2430억원

형사합의12부는 이날 오후 4시 열린 별도 공판에서 영풍제지 실경영자 등 3명에 대한 재판도 진행했다. 실경영자로 지목된 공모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원을 선고했다. 시세조종에 제공한 자금 74억70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공 씨가 영풍제지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주식의 담보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주범 이 씨와 주가조작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 씨가 제공한 자금 중 74억7000만원이 시세조종에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회사 인수를 마친 뒤에는 범행과 무관하다는 공 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수 이후에도 주가에 영향을 줄 호재성 정보를 공범들과 공유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공 씨가 처음부터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처분할 목적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주요 동기가 대규모 시세차익보다는 인수자금 조달과 회사 경영에 있었고, 개별 시세조종 주문을 직접 지시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