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원 숙제 낸 김상조 “비주력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 줄여야”

by김상윤 기자
2018.05.10 17:03:50

공정거래위원장 10대그룹 CEO 간담회
경직된 법률로서 강제하지는 않을 것
재계서 모범기준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상조(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진행(왼쪽) 현대자동차 사장, 윤부근(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 등 10대 그룹 경영진들이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 그룹간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총수일가는 각 그룹의 핵심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다른 비주력·비상장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재계에 메시지를 던졌다. 자발적 개혁을 요구했지만, 재벌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 중구 대한항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전문경영인(CEO)와 간담회를 갖은 뒤 브리핑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그룹 핵심 계열사 내지 주력회사 지분만 집중적으로 보유하면 사라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재벌개혁 과제 중 하나다.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지배주주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나아가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면서 “일시적으로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가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200억 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벌이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19.99%으로 낮추는 식으로 규제를 회피하자 시민단체와 국회 일부에서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해법은 기업들의 자발적 개선이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니 경직된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률로서 제약하는 건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재계가 모범기준을 마련해 지배주주 일가는 각 그룹의 핵심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다른 회사 비상장회사는 주식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