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KT합산규제법 논의, 제대로 돼야..3가지 쟁점

by김현아 기자
2018.11.27 18:19:41

①공정경쟁 문제
②미디어 시장의 M&A 활성화
③통일시대에 대비한 위성방송의 역할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번에는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법(KT합산규제법)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까.

27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정용기) 1차 회의에서도 결론내지 못했다. 12월 3일 소위 2차 회의가 열리는데 이 때 논의될지도 미지수다.

합산규제란 방송법에 존재하는 시장점유율 규제를 함에 있어 KT의 IPTV가입자와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합산해 규제하는 내용이다. 도입 당시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3분의 1(33%) 규제를 도입하면서 3년 뒤 일몰하기로 했고, 올해 6월 27일 일몰돼 규제가 사라졌다.

이날 박선숙(바른미래), 이철희(민주), 박대출, 윤상직 의원(이하 한국당)은 규제 연장에 무게를 뒀고, 과기정통부와 변재일 의원(민주당)은 규제 일몰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규제을 연장하자는 쪽은 일몰시 케이블TV나 다른 IPTV가 받는 점유율 규제에서 스카이라이프만 빠져 불공정하다는 시각을, 규제를 폐지하자는 쪽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의 공습이 시작된 상황에서 유료방송 인수합병(M&A)를 활성화해 규모를 갖춰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KT합산규제법이 기업들간 유불리를 떠나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나느냐에 따라 M&A 판도가 달라질 수 있고,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신중하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주제인 것이다.

KT합산규제법의 쟁점은 ①공정경쟁 ②미디어 시장의 M&A ③통일 시대에 대비한 위성방송의 역할로 정리된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새로운 규제법이 없으면) KT스카이라이프는 시장점유율 규제에서 빠진다. 케이블TV와 IPTV(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들은 3분의 1 점유율 규제를 받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아무 규제 없이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다. 케이블TV 업계에서 규제공백과 이에따른 불공정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2018년 6월 기준 KT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는 326만명으로 시장점유율이 10.19%여서 그 자체로 무슨 문제냐고 볼 수도 있지만, 모회사인 KT(671만2000명, 20.67%)와 합치면 30.86%가 된다. 여기에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KT그룹 유료방송 점유율은 33%를 넘어서지만 규제할 수 없게 된다. 국회가 합산규제 일몰을 유지하려면 시장점유율 규제 자체를 없애야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합산규제 일몰을 지지하는 이유는 IPTV기업들의 케이블TV M&A를 활성화해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인식때문이다.

즉,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외에 KT도 M&A시장에 나설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 유료방송플랫폼의 덩치를 키워 콘텐츠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KT합산규제법이 일몰된 채로 추가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는 물론 KT 본체를 통해서도 케이블TV M&A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런 입장에 합의한다면 시장점유율 규제와 권역 규제 역시 폐지해야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만약 합산규제 없이 M&A가 허용된다면 KT 스카이라이프가 CJ헬로(13.02%, 6월기준)를 인수할 경우 KT그룹 유료방송 점유율은 43.88%가 된다. 하지만 CJ헬로나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은 33% 룰(시장점유율 규제)에 묶여 KT그룹만한 규모를 갖출 수 없다. 법이 개입해 M&A 환경을 불공정하게 만드는 셈이다.

만약 정부가 미디어 시장의 M&A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면 케이블TV에 대한 권역규제역시 폐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는데, 당시 권역을 기준으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해 불허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M&A가 시도된다면 공정위는 과거와 다른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국회에서 기준을 만들어 예측가능성을 줄 필요가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 규제와 권역 규제를 모두 폐지할 경우 ‘방송의 공익성=지역성 보호’라는 기존의 인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케이블TV 업계 고위 관계자는 “IPTV회사들이 10년동안 콘텐츠 투자에 소홀했던 점을 보면 M&A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콘텐츠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사회문화적 가치도 있는 미디어를 재벌들에게 통째로 넘기자는 얘기”라고 비판하는 등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KT합산규제를 폐지하려면 시장점유율 규제나 권역 규제에 대한 입장도 정리해야 한다.

KT합산규제가 일몰된 채로 해를 넘기면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방송사 중 유일하게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 사업자가 된다.

그런데 KT스카이라이프의 탄생 역사를 고려하면 통일시대를 대비한 측면이 있고, 또 지금은 주춤하지만 내년이후 북핵 문제가 해결돼 대북 제재가 풀리면KT스카이라이프의 통신시대에 맞는 공적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했을 때 합산규제 일몰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방송서비스를 할 수 있는 커버리지를 갖고 있으니 점유율 규제에서 빼서 통일시대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등 유료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공공재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니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