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면론 말 아끼고 ‘검수완박’ 합의 처리 촉구(종합)

by이정현 기자
2022.04.25 19:08:14

25일 경내 녹지원서 출입기자단과 마지막 대면
마지막 靑 대통령, 차기 정부 향해 "성공 역사 축적하길"
사면·검수완박 민감 질문에 원론 답변… 조국 묻자 "다음에"
"주목받지 않은 삶… 우연히 만나면 막걸리 대접하겠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청와대 시대가 이제 끝나지만 그간의 역사를 부정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퇴임을 2주 남겨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기거한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게 된다. 지난 5년간 국정을 이끌어오며 공과가 나뉜 데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그동안의 역사를 청산하고 바꾸는 것이 아닌 성공한 역사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만나며 퇴임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국내 언론과 마주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지 못한 만큼 이를 대체하는 성격으로 진행했다. 출입기자단과의 직접 대면은 지난해 5월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뒤 이어진 약식 회견 이후 1년 만이다.

행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부터 정치권 주요인사에 대한 특별사면에 대한 질의가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퇴임이 목전인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불필요한 언급은 삼갔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명 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는 “답변은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다툼의 쟁점인 검수완박에 대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일방적인 강행처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간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찬반 양측이 불만스러울 수 있으나 서로 양보하면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의회민주주의로 협치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각계에서 제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정치인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 요청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나 사법정의와 부딪힐 수 있기에 특권이라 할 수 없다”며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가 따라야 할 판단기준”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타이에 감색 정장을 입은 채 행사에 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있었던 봉하마을 쌀로 만들어진 막걸리와 부산 금정산성의 명물 막걸리가 행사주로 올라왔으나 같은 날 오전 코로나19 4차 접종을 한 만큼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다만 5년간 춘추관에서 대통령의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에 ‘고맙습니다’는 말로 건배사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을 묻자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처럼 하루 한 번 사저를 찾는 이들에 인사하는 시간도 갖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사저 근처에 통도사부터 영남 알프스 등 가고 싶은 곳이 많다”며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막걸리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5여 분간의 행사에 이어 출입기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일부 기자들은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아울러 관련 행사를 준비한 직원들과도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퇴장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날인 내달 9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나올 계획이다. 이후 청와대 사저가 아닌 외부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후 KTX를 통해 양산 사저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