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해운대 질주’ 알고보니 ‘마약질주’

by정다슬 기자
2020.09.15 22:22:44

사고 직후 블랙박스 회수 등 증거 인멸 정황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부산 해운대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가 차량에서 대마초를 흡입한 뒤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해운대 중동 교차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포르쉐 차량 운전자 40대 A씨는 사고를 내기 전 차 안에서 대마초를 흡입했다.

이 운전자는 대마초를 흡입한 후 2차례 접촉사고를 낸 후 도망가는 과정에서 7중 추돌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차량 주변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A씨의 차량이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박는 장면이 담겨있다. 현장에는 차량이 급정거할 때 남는 흔적인 스키드 마크도 없었다.

이 사고로 7명이 중경상을 입고 9대의 차량이 파손됐다. A씨 역시 차체가 뒤집어지는 등 크게 파손됐지만, A씨는 에어백 등이 보호하면서 걸어다닐 수 있는 수준의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처음에는 마약 복용을 부인하면서 마약 검사 등을 거부했다. 그러나 A씨 차 안 가방에서 통장 60여장이 뭉텅이로 발견되면서 경찰이 또 다른 범죄 관련성에 의심을 품으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제시하자 해당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소변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동승자 B씨로부터 대마를 건네받아 처음으로 대마를 흡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대마 습득 경로와 추가적인 보유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마를 인터넷에서 샀다고 진술했다.

사고 직후 환각상태에서도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나온다. 차량이 너무 찌그러져 경찰이 블랙박스를 수거하지 못해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보낸 사이 A씨가 지인을 시켜 먼저 차량의 블랙박스를 꺼내 간 것이다. A씨는 이후 경찰이 블랙박스 행방을 묻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을 차량에서 발견된 통장 등에 대해서는 추가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수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대마초 흡입 사실을 시인하지 않다가 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하겠다고 하자 실토했다”며 “차 안에서 나온 통장은 A씨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것으로 조사돼 현재로선 범죄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5시 43분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역 인근 교차로에서 7중 충돌 사고가 나 운전자 등 7명이 다쳤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