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플랫폼파트너스, 우리기술에 베팅한 까닭은

by김무연 기자
2018.08.09 18:03:30

30억원 규모 우리기술 전환사채 사들여
한전의 사우디 원전수주 가능성에 주목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맥쿼리와 전쟁 중인 국내 자산운용사 플랫폼파트너스가 원자력발전소 제어 설비 생산업체인 우리기술(032820)에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우리기술은 1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30억원 어치를 플랫폼파트너스가 사들였다.

플랫폼파트너스 외에도 유진증권(6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30억원)과 신생 벤처캐피털(VC) 코어트렌드인베스트먼트(10억) 등도 우리기술에 자금을 댔다. 우리기술은 조달한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93년 설립된 우리기술은 원자력발전소·플랜트·철도 등의 제어시스템을 개발· 공급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원전의 핵심기술인 주제어설비(MMIS)를 국산화, 신한울 1,2호기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전력이 운용하는 화력발전소에 제어시스템을 제공했고, 철도 스크린도어 제어 시스템 분야로 사업 영역도 넓혔다. 지난 2015년 105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실적도 지난 2016년 흑자로 돌아서더니, 지난해에는 3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탈원전 기조다. 대선후보시절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취임후 흔들림없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기술의 성장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파트너스의 생각은 달랐다. 탈원전 보다는, 한국전력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더 주목했다. 한전은 2800㎿ 규모의 사우디 신규원전건설 프로젝트의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사업규모는 약 22조원.

플랫폼파트너스는 한전의 최종사업자 선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자금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수십 년 간 원전 건설 경험이 없고, 중국 업체는 기술력이 떨어진다.

또 러시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관계인 이란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플랫폼파트너스 예상대로 한전이 이들 업체를 제치고 원전 수주에 성공한다면, 우리기술의 원전 제어시스템 기술도 한전을 따라 사우디아라바아에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표면이자율 3%, 만기이자율 5%의 조건도 구미가 당겼다는 설명이다. 플랫폼파트너스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메자닌 투자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만기이자율이 0% 수준인 투자 건도 적지 않다”며 “우리기술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조건 등을 고려해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