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장 소통’ 드라이브…통합 HD현대重 시대 개막

by김은경 기자
2025.12.01 17:46:58

직원들과 구내식당…해외선 ‘세일즈맨’
취임 후 사업장 연이어 찾아 현장점검
조선·건설기계 통합 조직 안정화 속도
통합 HD현대重 출범…“새 혁신 시작”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과 함께 HD현대가 세계 1위 조선사로서의 위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취임 이후 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임직원·글로벌 파트너와 직접 소통하는 ‘현장형 리더’ 행보를 본격화한 정기선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누비며 안전·기술·인재를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상에도 전면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 전략의 실행력을 직접 끌어올리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HD현대)
HD현대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010620)는 1일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원 달성과 세계 1위 조선사 위상 공고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1·2위 조선사 간 합병을 완료하며 글로벌 선박 건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은 한국이 다시 한번 조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HD현대는 통합 법인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방산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함정 건조 기술력에 HD현대미포의 도크·설비·인력 역량이 결합되면서 2035년까지 방산 매출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기선 회장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양사가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에 임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최근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는 모습.(사진=HD현대)
취임 두 달여를 맞은 정 회장의 리더십은 그룹 차원의 조직 재편이라는 더 큰 변화와 맞물리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답은 현장에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취임한 정 회장의 첫 공식 행보는 임직원과의 소통이었다. 그는 같은 달 20일 직원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사무실 보고나 형식적인 취임 행사가 아닌 현장 소통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은 사람 중심 경영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HD현대는 정 회장 취임과 함께 37년간 이어져 온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조선·건설기계 통합법인 출범이라는 중대한 사업 재편을 앞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장기적 성장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267260) 배전캠퍼스 건설 현장과 충북 음성의 HD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 HD현대건설기계(267270)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현장 임직원들과의 아침으로 일정을 시작한 그는 생산라인과 연구시설, 안전 설비를 직접 둘러보며 안전·품질·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에는 전남 영암의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이후 안전팀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면밀히 살피며 ‘중대재해 제로(0)’ 달성을 주문했다. 당시 정 회장은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전 사업장에서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정 회장의 소통 리더십은 국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에선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챙기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울산 본사를 찾은 대릴 커들 미 해군 참모총장과 케빈 킴 주한미국대사대리 일행을 맞이해 HD현대의 조선 기술력을 소개했다. 대릴 커들 총장은 당시 건조 중인 3번함의 납기를 직접 묻는 등 첨단 이지스함 건조 현장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대형 투자 협약 역시 정 회장이 직접 챙겼다. 그는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 등과 함께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 조성에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은 주요 관계자들과의 직접 미팅을 통해 향후 열릴 미국 조선·방산 시장에 대한 선제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소통 리더십은 보상과 격려에서도 이어졌다. HD현대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 누적 5000척 선박 인도라는 대기록 달성을 계기로 조선 계열사 임직원과 사내 협력업체 근무자에게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HD현대 관계자는 “5000척 달성은 현장 직원과 협력사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며 “정 회장이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하고자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