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원짜리 애플 무선 이어폰 '혁신인가 꼼수인가'

by정병묵 기자
2016.12.14 16:18:46

애플 ''에어팟'' 100개국 판매 개시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이 예정보다 한 달 반여 늦게 공식 출시된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간) 에어팟을 애플 공식 홈페이지와 애플스토어를 통해 주문받는다고 발표했다. 이주 중 애플 공식 판매점을 통해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홍콩 등 100개국에서 우선 출시한다. 가격은 159달러(약 18만5000원)이며 한국 출시가는 21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에어팟은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공개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등 애플 제품과 선 없이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10월 말께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공식 판매가 다소 지연됐다.

애플은 “에어팟은 고품질 오디오와 긴 배터리를 통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이라며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와 함께 음악·영화감상, 전화통화, 게임 등 차별화된 스마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관용 케이스를 겸한 충전기를 통해 충전하며 1회 충전 시 5시간 사용할 수 있다. 광학 센서와 동작 감지 가속도계가 ‘W1’ 칩과 연동해 자동으로 오디오를 제어하고 마이크를 작동시킨다. 이어폰 양쪽을 쓸 수도 있고, 그냥 한 쪽만 쓸 수도 있다. 또한, 이어폰을 귀에 꽂는 즉시 소리를 재생하거나 빼면 재생을 멈출 수 있도록 해준다. 풍부한 고음질 AAC 오디오를 제공해 블루투스 이어폰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음질에서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애플은 아이폰7의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 초강수를 통해 고객들의 에어팟 사용을 유도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블루투스 시대를 위한 애플의 혁신’이라는 찬사와 ‘액세서리를 팔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으며 격렬한 논란을 빚고 있다.

애플은 상식을 뛰어넘는 판단으로 IT기기 시장을 이끌어 왔다. 지난 1998년 출시된 ‘아이맥’은 당시 PC에 보조 저장장치로 쓰이던 플로피디스크 단자를 없애고 USB 단자를 삽입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당시 ‘어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애플의 대표 제품 중 하나가 된다. 에어팟 출시는 선 없이 소리를 듣는 시대를 앞당기는 애플의 한 수 앞을 내다본 수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내년 삼성 ‘갤럭시S8’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굳이 본체에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까지 블루투스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부가 액세서리 판매를 위한 얄팍한 전략일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아이폰6S’까지 내장 배터리 용량 16GB, 64GB 두 모델만 내놓은 바 있다. ‘중간’인 32GB 모델을 내놓지 않으면서 용량이 부족한 16GB 모델보다, 지나치게 저장공간이 남으면서 값은 비싼 64GB 모델 사용을 유도해 실적 향상을 꾀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7의 독단적인 조치에도 삼성 ‘갤럭시노트7’의 단종 덕에 딱히 경쟁 제품이 없었고 예상보다는 잘 팔렸다”며 “그러나 판매량이 예전만 못한 못하며, 충성도 높은 애플 마니아 상당수가 ‘이어폰 잭을 돌려놓으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과거 아이맥 당시와 같은 혁신으로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