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아이폰, 가격인상 만지작…레노버·에이수스는 'D램 사재기'

by공지유 기자
2025.12.01 17:44:53

10개월 만에 PC D램 시세 4배 뛰어
삼성·애플 스마트폰 가격 인상 고심
제조사 사재기 현상도…"상승세 지속"

[이데일리 공지유 김소연 기자] 올해 초 조립PC 등에 사용되는 삼성전자의 D램 메모리 DDR5 16기가바이트(16GB) 제품 가격은 6만원대였다. 1일 기준 현장 시세는 22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10여개월 만에 세 배 이상의 돈을 줘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모리 품귀 현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후폭풍이 PC, 스마트폰 등 전방 제품으로 번지고 있다. 완제품 가격에서 메모리 비중이 10~20%대에 달하는 만큼 완제품 생산 기업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일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DDR-5600 16GB 제품의 올해 1월 평균 가격은 6만7383원이었는데, 이날 기준 21만85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대비 3배가 넘게 비싸진 것이다. 마이크론의 PC용 DDR-5600 16GB 제품도 같은 기간 5만원대에서 21만원대로 가격이 4배가량 치솟았으며, SK하이닉스의 동일 사양 제품도 9만원대에서 22만원대까지 뛰었다.

고사양 PC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가격이 또 올랐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PC를 구매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이에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상황 탓이다. 금값 상승 폭보다 D램이 더 높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준 올해 초 금 한 돈이 약 48만원 수준에서 현재 76만원으로 약 58% 오른 데 반해 D램 가격은 같은 기간 548% 올랐다.

통상 일반 PC, 스마트폰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정도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 완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세트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수요 감소로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 초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 출고가 인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S25 시리즈 전 라인업 가격을 동결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지키기 전략을 썼다. 하지만 주요 부품 중 하나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입액이 증가하는 등 부품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샤오미 역시 주력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한 데다, 내년에도 모바일 기기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제조 업체인 애플은 일부 신제품이 약간 더 높은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내년 출시할 아이폰 18 시리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17 시리즈의 경우 기본 모델 가격을 동결했다.

PC업계도 가격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EO)는 지난달 25일 컨퍼런스 콜에서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메모리 비용이) 오르는 건 처음 본다”며 “결국 고객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P는 PC 제조 원가 가운데 메모리 비중이 15~18%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오는 2027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PC 제조사 등 세트 업체들은 범용 D램 재고를 미리 비축하는 등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레노버와 에이수스는 메모리 비축량을 평소보다 늘린 상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제품) 판매 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비축한 물량으로 어떻게든 버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이처럼 폭발적인 수요에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AI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범용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캐파(생산능력)가 시차를 두고 확대되는 만큼 당분간은 ‘칩플레이션’은 지속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요 하락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작정 증설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당장 범용 D램 메모리 생산라인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추후 수요가 줄며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증설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